혹시 ‘페르소나(Persona)’라는 말, 들어보셨나요?
한번 추측해보자면, 세 가지 정도의 반응이 나오지 않을까 생각해봅니다.
1. 방탄소년단과 아이유 (대중문화에 밝은 분..)
2. 고객 분석 (마케팅에 밝은 분...)
3. 그게 뭐지? (괜찮습니다. 저도 잘 몰라요)
다양한 뜻을 가진 ‘페르소나’라는 개념은 여러 분야에서 활용되고 있는데요. 본래는 심리학 용어로 출발했지만 최근에는 디자인, UX, 마케팅 등 실무적인 영역에서도 많이 쓰이고 있습니다.
이 포스트에서 이야기 할 페르소나는 사실 두 번째 링크의 소개와 관련이 있습니다.
마케팅에 적용되는 한 방법론으로서, 페르소나는 어떤 제품 혹은 서비스를 사용할만한 목표 집단 안에 있는 다양한 사용자 유형들을 대표하는 가상의 인물(또는 그러한 인물을 분석하는 방법)을 의미합니다.
때문에 새로운 제품을 개발하거나, 서비스의 잠재 고객을 파악하거나, 광고 대상을 타겟팅하는 과정에서 페르소나를 적용할 수 있습니다.
우리 제품을 쓸 사람은 누구인지 구체적으로 상상함으로써 단순히 데이터나 통계자료에 의존하는 것보다 더 현실감 있게 소비자들의 성향, 행동, 선호 등을 고려해볼 수 있습니다. 또한 소비자들이 우리 제품을 왜 필요로 할지, 어떤 경로를 통해 접할지, 언제 구매를 결정할지 등 일련의 과정을 그려보며 좀 더 촘촘한 마케팅 전략을 세울 수 있다는 이점이 있습니다.
이러한 이점 때문에 많은 창업가, 마케터들이 페르소나의 중요성을 강조하는데요, 그렇다면 비영리에서는 어떻게 페르소나를 이해하고 적용할 수 있을까요?
비영리에서도 흔히 ‘핵심 참여자’, ‘수혜자’ 등으로 부르는 사업의 주요 대상에 대한 이해를 강조하고 있습니다. 여러 이유가 있지만, 기본적으로 참여자들이 가진 욕구를 정확히 파악해야 더 효과적인 사업을 만들 수 있기 때문일 텐데요. 페르소나 방법론은 그런 점에서 공익 활동에도 적절히 활용될 수 있습니다.
그런데 일반적인 상품 개발, 서비스 개발 과정처럼 페르소나 분석을 따라 하다 보면 약간 어색한 지점이 생기기도 하는데요. 유스보이스(http://youthvoice.or.kr/) 사업으로 예를 들어 볼까요?
유스보이스는 ‘나'에 대해 한창 고민하고 탐구할 시기에 있는 청소년들이 안타깝게도 자기 내면의 목소리가 아닌 다른 사람들의 목소리(좋은 꿈, 좋은 학교, 좋은 직장…)에 밀려 정작 ‘나’에 대해서는 쉽게 답하지 못하는 현실을 돌파하기 위해 청소년들이 미디어교육자/작업자와 함께 다양한 장르의 미디어로 자신을 표현해보는 기회를 만들어가고 있습니다.
그럼 유스보이스가 만나고 싶은 핵심 참여자 페르소나는 어떤 모습일까요? 아마도 본인이 생각하기에 특별히 잘 하는 것도 없고, 뚜렷하게 좋아하는 것도 없고, 그냥 학교를 다녀야 할 것 같아서 다니고 있는 고등학교 1학년 중 한 명이라고 가정해 봅시다. (물론 실제 페르소나는 더 구체적이어야 하겠죠.)
이 페르소나를 바탕으로 어떤 프로그램을 진행할지, 어디서 할지, 모집은 어떻게 할지 기획을 할 수 있는데요. 프로그램에 필요한 비용을 어떻게 마련할지 고민할 때 던져볼 질문이 있습니다.
유스보이스의 교육 프로그램에 참여할 페르소나가 이 교육 프로그램을 ‘구매’한다고 볼 수 있을까요?
물론 그럴 수도 있습니다. 프로그램에 참여하는 청소년들이 참가비 형태의 기부금을 낸다면 핵심 참여자가 곧 기부자가 됩니다. 하지만 청소년들은 대부분 구매력이 약하고, 구매를 위해선 누군가의 도움이나 허락이 필요한 상황에 놓여 있습니다. 또 학교 공부나 사교육에 밀려 이런 ‘자아 찾기’류의 내용을 담은 프로그램은 선택에서 제외되는 경우도 많지요. 때문에 유스보이스가 필요로 하는 비용의 대부분은 청소년들이 자기 목소리를 찾아 더 다양하고 재밌는 삶의 방식을 만들길 바라는 기부자들의 도움으로 이루어지고 있습니다.
이처럼 마케팅 관점에서 본다면 페르소나가 중요한 이유는 결국 어떤 이유로 우리 상품/서비스를 구매할 것인지 파악하기 위함인데요, 비영리사업에서는 사용자(핵심 참여자)와 구매자(기부자)가 다른 경우도 많다는 사실을 염두에 두어야 합니다. 사실 사용자(핵심 참여자)≠구매자(기부자)라는 점이 곧 비영리가 시장가치가 없는 영역까지 들어갈 수 있게 만드는 힘이기도 하지요.
따라서 비영리스타트업이 처음 사업을 기획하는 과정에는 우리 사업에 정말 잘 맞는 참여자를 찾기 위한 페르소나와 더불어 우리 사업에 관심을 갖고 지지해 줄 수 있는 기부자/지지자 페르소나를 찾는 작업도 필요하고, 또 중요합니다.
기부자 페르소나도 놓치지 말자
비영리단체의 브랜드 마케팅에 대한 책 ‘브랜드 레이징'을 쓴 사라 더럼은 비영리단체의 브랜드 마케팅 노하우에 관한 강연에서 기부자 중 한 명을 골라 페르소나를 만들어 보는 작업을 추천하기도 했습니다.
잠재 소비자의 페르소나를 그려보듯 잠재 기부자, 또는 일시 기부에서 정기 기부로 전환할법한 기부자의 페르소나를 그려보는 것이지요. 단 중요한 건 ‘실제 사용자 자료’에 기반해 페르소나를 구성하는 것으로, 설문조사와 인터뷰 등 풍부한 근거를 토대로 최대한 현실감 있는 페르소나를 그려야 한다고 합니다.
실제로 모금, 캠페인 등에 마케팅 이론을 활발히 적용하면서 페르소나를 언급하는 경우를 자주 볼 수 있는데요, 사업의 핵심 참여자와 기부자가 서로 다를 수 있다는 점, 참여자와 기부자뿐 아니라 고려해야 할 이해관계자가 많다는 점 등 비영리 공익사업의 특성을 고려해 다양한 관점에서 페르소나 방법론을 적용해봐도 좋겠습니다.
여기까지 ‘페르소나’에 대해 다뤄보았는데요, ‘원래 ~하게 쓰던 용어를 -하게 써볼 수 있지 않을까?’라는 취지의 글이다보니 어디까지나 저의 의견이 반영된 부분이 많습니다. 그래서 이 글을 읽으시는 분들이 다양한 의견을 주실수록 함께 이야기할 수 있는 내용이 풍부해질 것이라 생각합니다. ‘이건 좀 아닌 것 같은데…’, ‘이렇게도 생각해볼 수 있지 않나?’ 하는 의문이 한번쯤 드셨다면 망설이지 말고 남겨주세요^^
긴 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