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짠단짠 자장면

추억 속으로 사라진 아빠의 자장면

by 글린이의 삶

오늘 아들의 졸업식이다. 하지만 부모들은 참석을 하지 못한다.

코로나와 오미크론 확진자가 학교 내에 발생하여 졸업식에 아이들 전수검사가 이루어지고, 영상으로 아이들 졸업식이 부모에게 전달된다. 꽃다발과 사진 촬영, 학부모가 없는 졸업식 상상하지 못했던 일들이 코로나와 오미크론 변이 바이러스로 일어나고 있다. 졸업식 이 주 전부터 '졸업식에는 자장면이지'하며 중국집 이야기를 하던 아들이건만 식당에 가서 자장면을 먹지 못하고 오늘은 그냥 배달의 민족을 통해 자장면을 먹어야 할 듯싶다.



오늘은 나의 첫 '그림책 이야기'를 시작해 볼까 한다. 앞서 말한 자장면에 관련된 그림책 이야기이다. 차가운 바람과 코로나로 인해 몸과 마음이 더 추운 요즘 딱 어울리는 그림책 "세상에서 가작 맛있는 자장면"


KakaoTalk_20220107_094817809.jpg <이철환 글 / 장호 그림>

소설가이신 이철환 작가님의 360만 독자를 울린 초대형 베스트셀러 <연탄길>의 가슴 뭉클한 이야기를 아이들에게 들려주기 위해 그림책 '세상에서 가장 맛있는 자장면'에 담아 주셨다. 가족의 따뜻한 사랑이야기, 우리들 곁에서 소외된 이웃들의 이야기를 전하시는 이철환 작가님의 글과 따스하게 다가오는 장호 작가님의 그림이 나의 마음을 울컥하게 한다.


추운 겨울 저녁, 세 아이가 부모 없이 아이들끼리만 자장면 집으로 들어서는 모습을 주인아저씨와 아주머니는 지켜본다. 엄마 아빠랑 함께 온 아이들을 부러운 듯 물끄러미 바라 보는 아이들을 보고, 주인아주머니는 조심스레 엄마의 옛 친구로 아이들에게 나눔과 배려로 다가서는 이야기가 '세상에서 가장 맛있는 자장면'그림책 안에 담겨있다.


나눔은 배려이다.

나눔 - 대가를 받지 않고 표나 물건 등을 남에게 나누어 주는 행위. 지인에게 제공하는 경우도 있고, 아예 모르는 사람에게 제공하는 경우도 있다.

배려 - (짝 배-配, 염려하려慮) 관심을 가지고 도와 주거나 보살펴 주려고 마음을 씀.


얼마 전 우연히 '행복을 얻기 위한 마음가짐'에 관한 유튜브 영상을 보게 되었다. 오종남 교수님의 강의였다. 교수님의 강의 내용 중 '나눔은 배려이다'라는 말씀이 마음에 와닿는다.


아래를 내려다보면 나보다 더 힘든 사람들이 있고
그 사람들로 인해 위로를 받는다. 그래서 나는 그들에게 나눔을 실천하면 된다.
이 세상에는 100%로 만족하는 사람은 없다.
남과 비교를 해야 나만 힘든 게 아니다 라는 걸 알게 된다.
또 나보다 더 어려운 사람들이 있다는 걸 알게 되면 나눔을 실천하게 된다.
이게 최고의 행복 마음가짐이다.
-오종남 교수님의 강의 내용 중-

자장면집 아주머니는 나눔을 실천하고 배려 담긴 말로 행복 마음가짐을 지녔다. 나는 행복한 마음가짐을 갖기 위해 어떤 나눔과 배려를 실천하였나 생각해 본다. 지난 시간 바쁜 하루, 하루 나와 가족들 외엔 주변을 둘러보는 게 쉽지는 않았다. 그저 내 앞에 펼쳐진 현실에 맞서 가면서 치열하게 살았다. 코로나로 인해 한층 더 춥고 각박해지는 요즘 행복 마음 가짐을 지니기엔 왠지 나의 욕심이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든다. 그래도 '세상에서 가장 맛있는 그림책'을 마주하는 지금 이 순간은 그 욕심을 부려보고 싶다.




'세상에서 가장 맛있는 그림책' 아주머니께서 세 남매이게 엄마의 친구로 다가가 덕분에 아이들은 자장면을 먹으면서 엄마 생각을 했을 것이다. 나는 자장면을 먹을 때면 아빠 생각을 한다.


부모님은 내가 태어나고 100일 전까지 서울에서 '중국집'을 운영하셨다. 그 덕분에 나와 동생은 시골에서 농사를 짓고 계시는 부모님이시지만 아빠의 손맛이 담긴 자장면을 포함해 다양한 중국집 음식 맛을 볼 수 있었다. 아빠의 자장면은 다른 자장면집에 비해 더 단짠(달고 짜고) 단짠 하며 쫄깃쫄깃하다. 자장면에 고기가 많이 들어가고 면은 직접 반죽을 하셔서 만드신다. 또 달걀프라이가 살포시 올려지는데. 자장면은 다 그런 줄 알았다. 그게 아니었다는 건 취업 나가서 다른 자장면을 접하면서 알게 되었다. 다른 자장면집에는 달걀프라이도 없고, 고기의 양보다는 양파의 양이 더 많다는 걸. 그리고 아빠의 마음이 담겼다는 건 아빠의 자장면이 추억의 음식이 되고 나서야 알게 되었다.


아빠의 자장면은 국민학교 때(추억의 명칭) 친구들에게도 인기 짱이였다.

그날은 내가 숙제를 하지 않아 남아서 뒷정리를 하고 늦게 하교를 하였다. 집 마루(마당에서 방으로 들어가기 전에 있음) 앞에 놓인 운동화들을 보며 깜짝 놀라, 방에 들어섰을 때 나와 눈이 마주쳤던 우리 반 아이들의 눈을 보고 더 놀랐었다. 다들 자장면을 그 좁은 방에 앉아서 먹고 있었다. 알고 보니 아빠가 자장면을 먹이기 위해 걸어가는 반 아이들을 데리고 왔다는 것이다. 그때 당시에 남자아이나 여자아이 옷깃만 닿아도 '얼레리 꼴레리'하며 놀렸던 시기였는데 남녀 구별 없이 우리 집 방에 다 모이다니... 있을 수 없는 일이었다. 그 후 아이들 입에서는 우리 아빠의 자장면 이야기가 자주 나왔지만 우리 집이 또다시 자장면집이 되는 건 만들지 않았다. 아빠에게 미리 말씀을 드렸기에 또다시 그런 일은 만들어지진 않았다. 어디 남자애들이 여자애 집에... 있어서 안 되는 일이었다. 그 당시에는...



아빠는 살아생전에 자식들에게 마음 표현을 잘하지 않으셨다. 화를 잘 내시고, 가정에 소홀하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아빠를 지워 버렸었다. 그런데 요즘 자꾸 아빠의 음식들이 생각이 나는 걸까? 어쩌면 음식이 아니라 아빠에 대한 그리움이 커지고 있는지도 모른다. 죄송스러운 마음과 함께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