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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해랑 Jan 24. 2022

퍼주는 엄마.

화려하게 피어오르는 엄마의 마음

rrrr~

"어디냐? 그래? 그럼 나 끊는다 조심히 와"


오늘 엄마가 장에 가시는 날이다. 짐이 많을 듯싶어 내가 같이 가겠다고 말씀드린 터라 기다리고 계신 모양이다.


"오매 엄마 춘디 방에 들어가셔서 기다리시지 왜 나오신겨?"

"뭣이 춥데 옷 입고 나왔는디"

 차에 오르신 엄마에 손에는 가방이 3개나 된다. 뭘 그리 많이 사시려고 가방을 3개나 챙기신 건지. 1분 정도 지났으려나 엄마가 내게 말을 건네신다. 집에 배추는 있냐, 반찬은 뭐해 먹고 사냐, 반찬은 있기나 하냐, 참 딸내미가 밥을 못 먹고사는 줄 아신다. 그 딸내미 나름 가정주부인데 말이다.

"엄마 나 반찬 만들어 먹고살아, 어제 멸치도 무치고, 오뎅도 볶고 아 근데 엄마가 만들어주신 무생채, 나만 먹으려고 했는디 아니 내가 참기름 쪼매 넣고 밥 비볐더니 요 아들내미, 딸내미가 맛을 보고 맛있었나 봐 그래가꼬 요것들이 다 비벼 먹어 불어서 없어 무생채. 근디 그 무생채는 내가 만들면 그 맛이 안 날까? 왜 그럴까 엄마?"

나는 '엄마가 만들어주세요'라는 말을 은근슬쩍 내비치며, 엄마의 손맛은 손주들이 좋아한다, 최고다라고 표현한다. 손주들이 좋아한다는 말에 엄마의  슬그머니 입꼬리가 올라가신다.


장에 도착한 엄마와 나.

코로나 시국인데도 사람들은 정말 많다. 물건 구경이 아니라 사람 구경을 해야 할 듯싶다. 

어느덧 수레에 검정 봉지들이 가득가득이다. "

"뭐 이리 많이 사? 명절에도 이렇게 많이 안사시잖애?"

"뭐, 두고 먹을라고 사재야"(냉장고에 보관하신다는 말씀)

"워따 엄마도 참 엄마 풀빵 하나 사묵으까? 잠깐 있어보셩"

나는 수레를 잠시 엄마곁에 두고 풀빵장수에게 가서 2천 원 치 풀빵을 샀다.  길거리에서 먹는 재미를 느끼고 싶지만 시국이 시국인 만큼 조용히 차에 타고 풀빵 맛을 본다.

"오매 너무 단거 아녀?"

"뭐시 다냐 괜츰하고만"

넘 달다고 투덜거리는 딸 앞에서 엄마는 맛있게 드신다. 


요즘 엄마가 외로움을 많이 느끼신듯 싶다. 자주 눈가가 촉촉해지기도 하시고, 멍하니 다른 곳을 바라보는 모습도 자주 보이신다.  어서 따뜻한 봄이 엄마에게 빨리 찾아왔으면 좋겠다


맨발로 방에 들어서는 나를 보고

"너 양말도 없어? 춘디 왜 맨발이여?"

"양말이 왜 없다요. 양말 꺼내기 싫어서 그냥 안 신고 왔제"

"내가 양말 하나 주랴? 새건디"

"음... 싫어 나 양말 많아 엄마가 주려는 양말이 뭔지 알 것 같은데... 나 안 신을 거야"

"참 내"

하시면서 양말을 꺼내러 가신다. 내가 싫다고 말씀드려도 기어코 꺼내신다. 엄마가 꺼내신 양말. 아니 덧신이다. 근데 그 덧신 참 화려하다.

"엄마 나 안신은당께"

"따셔야 신고 가라고"

결국 난 내 손으로 그 화려한 엄마의 덧신을 발에 끼우고 있다. 울 엄마 고집을 누가 이길까 기어코 딸내미 발에 따스함을 감아 주고 싶으신 것을...

차를 타고 나서려는데 까만 봉지 몇 개가 차 의자에 놓여있다. 

"애들 구워줘라 콩나물국도 끓여 먹고"

"뭐하러 이런 거 줘 엄마나 해 드시지 그래서 그렇게 많이 사셨구만"


난 친정 집에만 이렇게 또 바리바리 싸간다. 오늘은 덧신까지 내 발에 척...

그렇게 나는 덧신처럼 화려한 엄마의 마음을 안고 집으로 돌아선다.


'오매 내 무생채 '

친정집을 한참 지나고 나서야 생각나는 무생채 그 생각에 아쉬움은 가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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