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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해랑 Jan 12. 2022

왕만두 속에 담긴 엄마와의 시간

오손도손 엄마랑 만두 만들며 이야기 나누는 시간!

"엄마 우리 언제 만두 만들어 먹을까?"


찐만두가 생각나는 이 추운 겨울, 집에서 만든 손만두가 먹고 싶어 엄마에게 여쭤본다.

그리고 며칠 후.


"만두 맹글러 오셩"


엄마가 미리 반죽을 준비하셔서 바로 밀대로 밀어 만두피를 만들면 된다. 반죽 양이 좀 많다는 생각이 들었는데 아니나 다를까 만두소가 김장 김치 속처럼 대형 양푼이에 가득이다.


"엄마 만두소로 김장하실 꼬야?"

"만들어서 냉동실에 넣을라꼬"

(엄마와의 대화가 이렇답니다)


만두 가득 만들어서 아들, 딸 집 냉장고에 넣어주시겠다는 말씀 이시다.

"하여간 우리 엄마 손 큰 건 알아준다니까"


그렇게 시작된 만두 만들기. 나는 욕심껏 만두피에 만두소를 가득 채운다. 그렇게 욕심껏 채운 만두가 한 개, 두 개, 세 개... 찜기용 대형냄비에 채워져 나갔다.


"엄마 그거 알아? 나 예전에  만두 먹고 싶다고 얘기했다가 싫은 소리 들은 거. 아빠한테"

"무슨 소린 디?"

"아 그때 있잖아 나 서진이 임신했을 때 아빠한테 말고 엄마한테 말씀드렸잖애 그때 아빠도 만두 만드시면서 이 나이 먹도록 이런 거 해야 하냐고 나한테 짜증 내셨잖여"

"그랬었나 난 모르겄다야"

하시며 멋쩍은 웃음을 지어 보이 신다.

" 나 그 뒤로 집에 안 왔잖여 정말 서운해서,  그날 만두도 안 먹고 갈라 했드만 엄마가 못가게 해서 못 가고"

"잊어 불제 고런 거 기억은 잘혀"

"어떻게 잊어 정말 서운해서 그날 겁나 울었었는디"


지금 말을 하면서도 또 울컥하게 된다. 그렇게 나의 그 서운함은 아빠가 계시지 않아도 여전하다.


엄마랑 나는 여자랍니다


"나 난생처음 할머니 소리 들었다이"

손주들이 있어 할머니 소리를 이미 듣고 계시는데 밖에서 할머니란 이야기를 듣고 서운하신 모양이다.

"아이고 울 엄마 할머니 소리 듣기 싫었구만. 근디 엄마 나도 아줌마 인디 아줌마 소리 듣기 싫더라고"

같은 마음인 엄마랑 나는 얼굴을 마주 보며 웃어버렸다.

나이가 들어도 할머니 소리는 듣기 싫고, 아줌마로 살고 있지만 아줌마 호칭이 싫은 엄마와 나

할머니, 아줌마 이전에 우린 여자이기에 그런 생각이 드는 모양이다.


"엄마 스킨로션 바르요?"

"생각나면 바르고, 안 나면 안 바르고"

"엄마 그러다 얼굴 주름살 더 늘겄으, 이번에는 화장품 유통 기한안에 언능 쓰시시요. 안그람 또 버려야써 할머니 아줌마 소리 듣기 싫음 우리 가꿉시다요"

"그려 너나 가꿔"

"아따 엄~마~"



한 해가 지날수록 엄마의 몸이 달라지신다.

작년까지만 해도 괜찮던 다리가 문제가 생기시고,  힘들어하시는 모습이 보이신다.

병원을 다니시긴 하시지만, 농사를 짓고 계신 분이시라 몸이 성한 곳이 없으신듯하다.

많은 양의 농사를 짓는 건 아니시지만  그래도 줄여 보시는 게 어떠냐 여쭤본다.

"일하던 사람이 일을 줄이면 더 아퍼야"

하시며 쓴웃음을 지어 보이 신다.


그렇게 엄마와 나는 이야기 속을 담아 만두를 만들어 나갔다.

언제까지나 이 시간이 지속되었으면 좋겠다.

늘 엄마랑 이야기하며, 이렇게 만두를 만들고 싶다.

그렇게 난 또 엄마 생각에 눈물이 난다.



오늘 누군가의 슬픈 소식을 접하게 되었다. 그래서... 이런 마음이 더 간절한 듯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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