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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해랑 Feb 11. 2022

팥죽 한 그릇에 담긴 엄마 마음

어쩐다냐 가족 인디.

요새는 팥죽 안 먹고 싶냐?

엄마가 물어보신다. 

"엄마 나 팥죽 겁나 먹어서 안 먹고 싶은데"


예전에 한참 아팠을 때 두 달을 먹고 토하 고를 반복 하였을 때 살이 20kg 빠진 적이 있었다. 병원 다녀온 후로는 흔들거리는 체력을 키우기 위해 부단히 노력했었다. 유산소 운동과 식사량을 맞춰가며 체력을 키웠다. 

"엄마 나 팥죽이 먹고 싶은디. 예전에는 거들떠보지도 않았던 팥죽이 왜 먹고 싶을까?"

"내일 와 그람 해줄텐께"


나는 팥죽을 좋아하지 않는다. 그런데 아프고 나서는 좋아하지 않는 팥죽도 먹고 싶고, 식혜도 먹고 싶은건지 모르겠다. 꼭 임신한 임산부 마냥... 아무래도 20kg가 빠지더니 그 채움을 몸에서 원하나 보다. 난 극구 말리고 싶은 마음이 크지만 몸의 신호는 이길 수가 없다. 


난 팥죽 한 그릇 했으면 좋겠다. 생각했는데 엄만 커다란 솥단지에 팥죽을 한가득 쑤셨다.

"오매 엄마 그거 누가 다 먹은 당가?"

"가져가믄 다 묵어야 쪼깐씩 봉투에 싸서 냉동실에 넣음 되제"

엄마의 손 크기는 정말 감당이 안된다.

엄마는 팥죽 한 그릇만 담아 물김치와 함께 가져다주셨다.

"엄마 아침밥 먹었는디 나, 나중에 점심때 묵제?"

"지금 먹고, 점심때 또 묵음 되제"

"근디 엄만 왜 안 드셔? 같이 하제?"

"내가 무슨 팥죽 먹냐"

"핏."

나는 뜨거운 팥죽을 떠서 한 입 입에 넣었다. 짭짤한 팥죽의 맛이 내 온몸으로 전해진다. 팥죽을 먹을 때 사람들을 보면 설탕을 넣어서 먹곤 하지만 나는 그냥. 만들어진 팥죽 그대로가 좋았다. 달달함보다는 소금의 짠맛이 담긴 팥죽 이 대로가 좋았다.

"엄마 겁나 맛있다요"

나는 분명 아침밥을 먹었다고 했지만 팥죽이 술술 넘어간다. 그리고 고민한다, 

'한 그릇 더?'

그리고 그릇을 들고 주방으로 향한다.


"그라고 맛있냐?"

"엄마도 드셔 보셩. 맛있당께"

얼마 후 엄마도 팥죽 한 그릇을 가지고 오셨다.

"네가 겁나 맛있게 먹은께 먹고 싶다야"

"ㅋ 오매 엄마 설탕 넘 많이 넣으신 거 아녀?"

"뭐시 많냐 난 이렇게 먹어야 맛난디"

"워따 넘 많은디라 겁나 달겄으"

"각자 알아서 취향대로 먹자"

그렇게  엄마는 엄마 취향대로 팥죽 한 그릇을 비우셨고, 나는 나대로 팥죽 두 그릇을 해치웠다.


"나중에 또 먹고 싶은 거 있음 말해"

"왜 엄마가 또 해주실라고라?"

"지금 시간 난께 해주제"

"어떻게 말 한당가 엄마도 보믄 바쁘드만 그리고 미안한디라 나는 맨날 부탁만 하고..."

"가족 인디 어쩐다냐 가족은 그런 것 이제"

"..."


먹고 싶은 거 해 주신다는데 마냥 좋지만은 않았다.

알듯 말듯 하는 그 마음을 뒤로하고 나는 엄마 생각에 휴대폰을 들어 본다.

"엄마 식사는 하셨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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