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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해랑 Feb 17. 2022

엄마 나 찰밥 안좋아 한디

특히 콩 넣은거 안좋아 한디


수업 끝나고 잠시 친정에 들렀다. 

수업 재료인 '뻥튀기'가 많이 남아서 엄마 군것질거리로 두고 오려고 들렀는데, 엄마가 안 계신다.

'문도 안 잠그시고 어딜 가신 거지?'

혹시나 마을회관에 놀러 가셨을까 싶어 그냥 난 방에 뻥튀기만 두고 나왔다. 

마을 중간 정도 벗어났을 때 엄마의 모습이 보였다.

"오매 엄마 어디 다녀 오셔? 나 집에 뭣잔 두고 갈라고 왔는디"

"저그 갔다 오제. 야야 . 뒤로 빠꾸"

"엄마, 나 뒤로 빠꾸 못한디라?"

"내가 봐줄 텐께 빠꾸 해봐라"

그렇게 엄마의 도움으로 후진을 하고, 다시 엄마를 모시고 집으로 향한다.

"너는 저번에 배랑 사과랑 가꾸 가랑께 안 가지고 가냐?"

"잊어 불었제"

집에 도착하자마자 엄마는 주방에서 이것, 저것을 꺼내 봉지에 담고 계신다.

"엄마 또 싸요? 사과만 줘 엄마 여그 와서 묵음 되제"

"니가 또 언제 온다고."

나는 엄마가 쥐어주신 봉지들을 차 뒷좌석에 실은 후 운전대를 잡는다.

"엄마 나 바로 가요. 00이 밥 먹고 또 학원 가야 해서"

"그려. 근디 너 15일에 뭐하냐?"

"나? 늘 뭐하제 왜라?"

"그날 찰밥 해 묵자고?"

"찰밥이라?"

"그날 보름이잖애 올래? 안 올래?"

"알았으 엄마 근디 오전에 수업 있어서 빨리 못온디라 "

"천천히 와라 그람"

"알았으요 나 진짜 가요 그람"

그렇게 난 좋아하지 않는 찰밥 약속을 엄마랑 하고 나선다.

찰밥을 좋아하지 않지만 그냥 엄마의 부름이 느껴져 좋아하지 않는다는 말을 할 수가 없었다. 그럼 또 엄마는 찰밥이 아닌 다른 걸 준비하실 테니까 그냥 찰밥에 OK 했다. 


얼마 전 엄마가 전화를 하신 적이 있다.

"너 뭐하냐?"
"뭐하긴 그냥 있제"

"살아는 있는 갑다 잉"

"우째 그라요 심심하시고만 울 엄마"

"전화도 없고, 오도 안 하고"

"엄마 바뻤으  조만간 가께라"

코로나 확산으로 인해 마음 회관에서 모임을 할 수 없기에 엄마는 심심하신 모양이다. 이야기 꽃을 피우는 것을 좋아하시는 분이신데, 사람들과의 만남이 이루어지지 않으니 답답하시기도 할 것이다. 


그래서 그런지 오늘 너무 빨리 집을 나선 듯 싶어 엄마가 마음에 걸린다. 

다음 만남을 약속했으니 그떄 엄마랑 더 많은 이야기 꽃을 피워야겠다. 


근디 엄마, 엄마 딸 찰밥 안 좋아 한당께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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