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해랑 Feb 18. 2022

소소함을 담다.

엄마의 텃밭을 털다.

오늘은 보름날!!

아침에 그림책 모임 중 엄마에게서 연락이 온다. 전화받을 상황이 아니기에 전화를 받지 않았다. 내가 전화를 받지 않자, 이번엔 딸아이 전화가 울린다. 

"엄마 지금 ZOOM수업 중이에요. 끝나면 가실 거예요. 네 할머니"

ZOOM모임이 끝나자마자 나는 집을 나설 준비 한다. 엄마에게 드릴 모자랑, 목도리를 챙겨 나선다.

"볶음밥 해 놓았으니 반띵 해서 먹어, 학원 수업 늦지 않게 참여하고"


친정집에 도착!

"애들은 안 와?"
"00 이가 말 안 합디요? 학원땜시 못 오제"

"그냐? 학원 가야제... 느그들은 학원비도 꽤 나오겄으"

"어쩌겄소 학원이라도 가야 공부를 한다고 한디 춥당 엄마 들어갑시다"


엄마의 주방에는 시금치랑 냉이가 큰 소쿠리 안에 담겨 있었다. 아무래도 내가 온다고 하니 밭에 가셔서 캐 오신 듯싶다.

"오매 엄마 안 그래도 시금치 캐러 갈라 했는디 엄마가 해가꼬 오셨네?"

"씻어 났은께 저그 있는 가위로 먹기 좋게 잘라라야"

나는 엄마가 말한 가위가 아닌 과도칼을 집는다. 가위보다는 칼이 편하기에...

"너 그러다 손 벤께 그냥 가위로 혀"
"엄마 손 아베. 내가 칼을 얼마나 많이 쓴디 베겄소 우와 근디 냉이 겁나다 냉이 냄새도 좋고 엄마 나 나이 들었나 봐 이런 게 좋은 거 본께"

나의 말이 끝나자 엄마는 나를 흘겨보신다. 어이없다는 뜻이겠지.



엄마가 미리 씻어 놓은 큼직한 냉이를 반으로 자른다. 그리고

'윽'

나도 모르게 손을 베고 말았다

"그런당께 손 베고 말았으 저그 테레비젼 밑에 밴드 있은께 붙여라"

손 안 벤다고 자신만만하게 말하던 나인데 냉이 몇 개 자르다고 벌써 "피를 보고 말았다.  

'음... 어른 말은 들어야 쓴디...'

"엄마 시금치도 잘라야 한가?"

"시금치는 저그 있는 일회용 봉지에 그냥 담아 너 가지고 갈 거"


"오매 우짜냐?"

"왜?"

"밤 씻어 놓고 안 넣어 불었다야"

"......"

 그렇게 나는 밤이 들어가지 않는 찰밥을 맞이하게 되었다.

"엄마 밥이 웰케 허옇지?"

"돈부(콩 이름)를 허건 거 넣어서 그랴 흰 돈부가 다이어트에 좋데"

"엄마 그람 딸내미 다이어트시킬라고 흰 돈부 넣었다고라?"

"......"

엄마는 말 대신 웃음으로 대신하신다. 

"흰 돈부 주리?"

"엄마 흰콩 나 있으 콩밥을 잘 안먹은께 그냥 냉동실에 박혀있는디 오늘 저녁에 밥할 때 넣어야 쓰겄소"


오늘은 엄마 덕에 냉이된장국, 시금치나물, 냉이무침, 달래장까지 내 저녁상이 가득할 것 같다. 

딸은 도둑이라더니 오늘도 나는 엄마의 텃밭을 다 털어온 듯 왔다. 




나는 엄마와의 시간을 글에 담으면서 대화를 많이 넣는다. 

기억하기 위한 나만의 방법이다.

글은 남는 거니까. 그리고...

'아 사진...'

지금 글을 쓰면서 왜 글로만 시간을 남기려고 했을까?라는 의문과 함께 사진 생각을 한다. 평상시 친정에 가면서 스마트폰 이용을 왜 생각 못했는지 모르겠다. 이제 친정에 가면 사진을 주구장창 찍어야겠다. 그렇게 소소한 추억을 담아야겠다.

물론 글과 함께 말이다.


매거진의 이전글 엄마 나 찰밥 안좋아 한디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