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해랑 Mar 08. 2022

갈때는 가볍게 가는 친정

친정 나설때는 무겁게 나서는 딸

"아 엄마 내가 미역국 끓인다고 했잖애 다 해불면 어짠다요?"

"느그들 와서 아침밥 묵을라믄 반찬이 없응께 그라재"


오늘은 친정엄마의 생신이다. 어제밤에 zoom교육 일정이 있어, 엄마 생신 당일에 일찍 출발해서 엄마 미역국 끓여 드리고 이것저것 해보려고 했는데 엄마가 이미 여러가지 반찬과 미역국을 끓여 놓은 상태이다. 오늘 정말 일찍 출발하였는데...


"우와 미역국 맛있다. 엄마가 끓였어요?"

"아니 할머니꼐서"

"어? 할머니 생신인데 할머니가 끓이셨어요? 어쩐지..."

"... ..."

"할머니가 해주신 동태반찬 너무 맛있는것 같아요. 우리엄마 좀 가르쳐 주세요. 우리엄마 반찬이 음... 좀 그래요"

"어이 딸 그게 무슨 발언인고? 너 그러다 먹고 있는 밥 빼앗길 수있다는 점 기억하거라"

"오매 밥들이나 먹어야"

오랜만에 아침상이 시끌벅적이어서 그런지 엄마는 정신이 없으신 모양이다. 밥상 가득한 반찬들 나물이며, 고기며, 꼬막무침 등 아침부터 바쁘셨을듯한 엄마의 모습이 그려진다. 딸이 일찍가서 할테니까, 하지말라고 신신당부를 했는데도 엄마는 ... 다 준비하시고 우리 가족을 기다리고 계셨다.  

우리가족은 엄마의 든든한 밥상으로  배를 채웠다. 아니 마음을 가득 채웠다. 

"할머니 잘 먹었습니다"


"엄마 커피 콜!"

"그려 한잔 타 봐라"

설거지를 끝낸 나는 엄마랑 잠시 믹스커피타임을 갖는다.

"아이고 요새 일 없은께 나 살 쪄불어야"

"엄마 우리는 믹스가 문제여 요것부터 끊어야 써"

엄마랑 둘이서 오랜만에 앉아 이런저런 이야기를 꺼내 본다. 시작은 눈치없이 찌고 있는 살 이야기지만 엄마 지내는 이야기,  딸 사는 이야기로 주제가 바뀐다. 


"너는 요새 어쩌냐? 몸은 괜찮아? 일 생긴다고 넙죽넙죽 다 받아서 하지말고 몸 생각 하고 해"

"나는 내가 알아서 해 엄마나 챙기셔"

얼마 전에 병원을 다녀 왔는데 갑상선수치가 정상범위가 아니고 심장현관쪽도 살짝 문제가 생겼다는 이야기를  외손녀에게 전해 들으시고 신경이 계속 쓰이신 모양이다.  일시적인거라 괜찮다고 말씀 드려도 자식 건강에 문제가 생겼다니 엄마는 여전히 밝지 않는 표정이시다. 우리집 촉새인 딸아이 입을 좀더 단속을 시켜야 겠다. 요녀석이 신랑과 이야기 하는걸 듣고 할머니에게 전하니 말이다. 


오늘은 분명 엄마의 생신이다.

나는 봉투 하나 달랑 준비 했는데, 친정집 나설때는 양손이 가득하다.

아침에 넉넉히 반찬을 하셨다고 이것저것 담아주시고, 챙겨주시고 엄마 생신날 나는 양손 가득. 선물은 내가 다 받는듯 하다


"집에가서 뭐하지말고 요것들이랑 밥 묵어라"






매거진의 이전글 소소함을 담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