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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해랑 May 01. 2022

엄마의 뒷모습

낙지 고것이 뭐라고

"엄마 할머니, 전화 왔어"

"어 엄마"

"인냤냐? 지금 오겄어? 나 바쁜께 언능 와라"


나의 휴대폰 고장으로 아침부터 엄만 손녀에게 전화를 하셨다, 미리 예고한 엄마의 부름인데, 일요일 아침이라 그런지 살짝 짜증이 났다. 모자를 푹 눌러쓰고, 마스크로 얼굴을 가린 채 차 키를 집는다. 어제 늦은 귀가로 차를 화단 옆에 주차를 했었는데, 내 차 바로 뒤에 주차를 해 놓은 작은 트럭과 앞에 주차한 승용차 한 대가 나의 짜증 지수를 더 높인다.


'아 뭐야 저따위로 차를 대 놓은 거야'


나는 서툰 운전 솜씨로 차를 뺏다, 넣었다, 후진했다, 전진했다. 하면서 겨우 차와 차 사이를 빠져나왔다. 나는 엊그제 차를 긁혀놓은 사고를 친 바람에 마음을 졸이면서 차와 차 사이를 빠져나오니 등줄기에 땀이 흐른 듯싶다. 


'아침부터  너무 덥네'


그리고 서둘러 엄마가 계신 곳으로 향한다. 성격 급한 시골 어른이라 마음이 급해진다. 시장 주차장 입구에 서 계시는 엄마가 보이기 시작했다.


'엄마 왜 저렇게 왜소해 보이는 거지?'


2주 전에 친정 방문이 후 보는 엄마가 가방 하나 메고 계시 모습이 왜 그리 짠하게 보이시는지 모르겠다.


"엄마!!, 짐이 없네?"


엄마는 나를 보자마자 가방에서 낙지가 담긴 통을 꺼네시고 내게 건넨다.


"작은 것은 칼로 쳐 가꼬 참기름 쳐서 먹고, 큰 것은 삶아 묵어랑잉"

"이런 걸 왜 사 엄마나 드셔 엄마가 드셔야겄구만은, 그런데 짐은?"

"나 장 아직 안 봤어"

"그래 그럼 뭐 살껀디?"

"그냥 너는 가, 나는 뭐 사가꼬 알아서 갈텐께"

"아 엄마 장 보면 무겁잖아 기다릴게"

"뭐 많이 안 사 나 그냥 간다. 그람 가라"


그리고 엄마는 많은 사람들 속으로 사라지신다. 그 순간 낙지 통을 들고 있는 내게 울컥이 찾아온다. 낙지 그것이 뭐라고 자식 먹이겠다고 이른 아침부터 장에 나오시고, 혹여 기름값 들까 봐 버스 타고 가시겠다고 급하게 사라지시는 엄마. 엄마들은 왜 다 그러시는 걸까? 이렇게 엄마의 뒷모습을 보고 있는 딸 마음을 아시는 걸까?

예전에 엄마가 하셨던 말,

"너 나 델다고주고 돌아서는 모습 보믄 좀 그렇더라"

이제는 엄마, 내가 좀 그렇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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