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해랑 May 18. 2022

보탬이 되지 못해, 미안해 엄마

엄마에게 늘 미안한 딸

오전에는 ZOOM 수업이 있다고 엄마에게 말씀드렸는데 수업 중 휴대폰 진동이 울린다.

'아이구 울 엄니 오전에 수업이 있다고 한께는'

전화를 돌려놓고 다시 ZOOM수업을 이어간다.


"그럼 우리 다음 주에 또 만나요"


수업을 서둘러 마무리하고 엄마에게 전화를 건다.


"엄마 오전에 나 수업 한당께는 전화하셨고만"

"바로 갈 꺼여? 농협에"

"응 엄마 내가 바로 농협 가서 가지고 집으로 갈게요"

"그려 그람"


엄마가 농협에 밭에 약을 할 때 쓰는 기계(?)를 수리 맡기셨다. 그걸 버스 타고 가지고 오신다는 거 겸사겸사해서 내가 가기로 했었다. 분명히 오후에 갈 거라고 말씀드렸는데 성질 급한 시골 어르신, 그새 전화를 하시고 확인을 받으신다.

'아이구 엄니'


점심시간이라 그런지 농협에는 손님도, 일하시는 분도 많이 계시지 않았다.


"00아 나왔으 울 엄마가 약 주는 기계 수리 맡겼는데 찾아가라고 전화 했다든디"


농협에서 근무하는 남자사람친구는 그 기계(?)를 챙겨주고 눈인사를 한 후 다음 손님을 맞이한다. 

'자슥 바쁘고만'

그리고 난 서둘러 친정집으로 향한다. 그때 또 울리는 휴대폰 진동. 난 휴대폰을 스피커폰으로 바꾼다.


"엄마 나 가고 있는디"

"그냐? 조심히 오고 집에서 밥 먹고 가라이"

"밥이라? 나 안 먹어도 돼 지금 시간이 1시가 넘었는디라"

"나도 안먹었은께 조심히 와"

"알긋어요"


내가 친정집을 방문하게 되는 날은 늘 엄마가 점심을 챙겨 주신다. 내가 온다고 하니 오늘은 달걀프라이에, 고기구이에, 동그랑땡을 준비하셨다. 


"엄마 그냥 있는 반찬에 묵제 뭣을 이라고 했소?"

"너 먹으라고 했제"

"고기는 엄마 나중에 밥맛 없을 때 해 드시지는"

"오메 나 죽겄어야 밥을 잘 못 먹은께 이늠의 이빨 몇번 더 가야 쓴디 징합다야"

"아이구 어찌까"


요즘 엄마는 이빨 치료를 받고 계신다. 견적도 꽤 나온 듯싶은데... 요즘 남편의 일 문제로 형편이 어려워 보태드리지 못한 상황이다. 이런 상황이 좀 많이... 힘들다.


"엄마 미안해 내가 보태드려야 하는데"

"그런 소리 하지말어 그라고 느그들 열심히 살고 있은께 좋은 날이 올꺼여"

"......"


오늘도 난 엄마에게 받고만 왔다. 그게 너무 속상하고 마음이 아프다. 

좋은 날이 내게 빨리 왔으면 좋겠다. 혹시가 나서기 전에... 어서 그날이 왔으면 좋겠다.

정말로...






매거진의 이전글 엄마의 뒷모습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