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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해랑 May 23. 2022

딸과 함께 친정방문

똥파리에 놀란 딸랑구

오랜만에 친정방문을 했다. 엄마도 바쁘고 나도 이런저런 일로 바쁘고... 그러다 점심 먹으러 오라는 엄마의 부름에 수업이 끝나자마자 딸과 함께 달려간다. 


"오매 뭔 반찬이 이라고 많다?"

"뭣이 많냐? 그냥 몇 개 한건디"

"할머니 우리 집보다 많아요 엄마는 맨날 된장국만 해주고, 김치 4종 세트만 내놓는다니까요. 제가요 김치 좋아하니까 아무 말 않고 먹는 거지 00 이는 반찬 먹을 거 없다고 밥이랑 국만 먹어요"

"어이 딸랑구 입 그만"


이런저런 일들로 정신없이 보내다 보니 장 보는 걸 잊어버렸다. 그래서 늘 반찬이 그대 로긴 하지만 딸아이가 할머니에게 이야기 할 줄이야 다음부터는 데리고 다니는 거 생각 좀 해야겠다. 요즘 바쁜 탓인지 치아 치료 탓인지 엄마의 얼굴이 좋아 보이지 않아 속상하다.


"치료는 언제까지야?"

"모르겄으. 언제까지 한다고 그라던디 낼 간디 낼 가서 물어봐야겠네"

"치료비 꽤 나오지?"
"그래도 아는 사람이라고 깍아 주던디 신경 쓰지마"

"좀 보태 드려야한디 미안해  엄마"

"내가 너희보다 돈 많은께 괜찮아"

"..."


엄마도, 나도 오후 일정이 있어  식사 뒷정리를 한 후 나설 준비를 한다.  내 주머니 속 얇은 돈 봉투 하나 엄마만의 공간에 살짝 넣어 놓어 놓는다.  그리고  집에 가져갈 상추랑, 양파를 챙긴다. 


"또 뭐 가져갈 거 뭐 없냐?"

"없는디 나중에 감자 캘 때 올게요. 00이랑 감자 캐러 "

"할머니 나 찐 감자 먹고 싶은데 언제 먹어요?"

"글쎄다 나중에 연락할게"


나와 딸은 차를 타고 시동을 켠다. 그리고 차 창을 열고 엄마에게 외친다.


"엄마 치료비 조금밖에 못 보태요 나중에 나 일 많이 하면 그때 용돈 많이 줄게"

"뭐여 누가 보태래? 신경 쓰지 말라니까"


엄마의 얼굴이 변하신다. 그리고 엄마가 방으로 들어가신다. 그래서 서둘러 나는 자동차 핸들을 잡는다. 엄마가 나오시기 전에... 


"아악~ 엄마 흑~흑~"


친정집 대문 밖으로 나선 지 얼마 안 되어서 딸이 소리친다.


"왜?"

"엄마 벌~ 벌 들어왔어"


벌이라고? 나는 앞, 뒤 장문들을 다 열었다. 


"나갔어?"

"모르겠어 흑~흑~"

"누가 알면 너 벌에 쏘인 줄 알겄다야"

"무서운데 어떡해"

"나참"


또 한참을 가고 있는데 또 딸아이가 소리를 친다. 벌이 아직 그대로라고 그런데 알고 보니 왕파리, 똥파리이다. 파리를 보고 벌이라고 벌벌 떨고 있는 딸아이를 보자니 어이가 없다. 그래도 벌이든 파리든 싫다고 엄마, 엄마 찾는 딸아이 때문에 다시 차 창문을 앞, 뒤 다 열어본다.

 

"나갔어?"

"모르겠어"

"바람이 넘 세다. 이제 나갔겠지"


그리고 다시 창문을 닫는 순간


"엄마아~~머리..."


이건 또 무슨 상황인가? 똥파리를 쫓아 내려고 차 창문을 열었다가 다시 닫으려고 할 때 바람에 날린 딸 아이 머리카락들이 그 사이에 끼고 만 것이다. 서둘러 창문을 내렸다가 올렸지만 딸 아이는 머리카라 다 뽑히는 줄 알았다며 울상이다. 나는 양손으로 핸들을 잡는다. 그리고 참다, 참다 못 참고 웃음을 터트린다.  딸 아이도 어이가 없는지 따라 웃는다. 친정에서 나서자마자 똥파리 때문에 차 안에서 생 난리를 친 모습을 생각하니 어이가 없다. 이게 진정한 쌩쑈! 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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