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해랑 Mar 06. 2023

일 없는 프리강사의 월요일 아침!

첫날

'따르르릉 따르르릉'


"어이 딸 알람 얼른 좀 꺼라 몇 번째 알람인 거야?"


아침부터 울려대는 딸아이의 새벽알람소리에 나의 마음은 일어났지만 몸은 일어나지 못하고 있다. 나의 알람 시작은 7시부터인데 딸아이의 알람 시작은 6시부터인 게 나의 불만이다. 일어나지도 못하면서 30분 전부터 5분 간격으로 알람을 맞춰놓는 이유는 이해하기 힘들다.


3월 초반은 일 시작전이다. 기관수업들은 3월 중반부터 시작이라 짧은 백수의 시간이 1월부터 3월까지 이어지고 있다. 뭐 중간, 중간에 특강 일정도 있고 zoom수업도 있지만 12월까지 채워진 일정들이 마무리가 되어 1월부터 느슨한 생활을 시작하다  3월 초엔 완전한 백수가 되어버린다. 4월부터 또 다른 일의 시작이라 체력 충전의 시간으로 생각하려고 하지만 주위 강사님들의 활동을 보면서 왠지 모를 자괴감에 빠지기도 한다. 그런데 백수가 직장인보다 바쁘다는데 그 말이 맞는 듯싶기도 하다. 눈에 보이는 집안일에, 간간히 있는 수업 준비에, 내가 백수라는 사실을 알고 있는 지인들의 부름에 달려가다 보니 나름 바쁜 듯싶은 생활을 한 것 같기도 하다.


일요일이 지난 월요일 아침!

나는 아이들의 아침준비를 간단히 하고 벽에 기대어 거실 바닥에 앉는다. 그리고 아이들의 등원 준비 모습을 바라보았다. 고등학생이 된 딸아이는 자신을 꾸미는데 바쁘다. 고데기로 머리를 말고, 울긋불긋한 피부를 감추는데 내 화장대 앞에 당당히 앉아서 거울을 보고 있다. 자신의 방 화장대에서 준비하기를 권하고 강요했지만 딸아이 비켜서질 않는다. 그리고 한마디 내뱉는다.


"엄마 내 방은 조명이 안 좋아서 피부가 예뻐 보이지 않아 이번 기회에 제방 조명 좀 바꿔주시지 않으시겠어요?"


헉 전등이 고장이 난 것도 아닌데 그냥 조명 빛이 마음에 들지 않는다고 엄마 화장대를 당당히 지키고 있는 딸

조만간 저 화장대 앞에서 나와 딸아이의 부딪히는 모습이 벌써 그려진다. 아들은 부랴부랴 일어났음에도 느긋하다. 밥 몇 수저 뜨더니 그대로 수저를 내려놓고 휴대폰을 집는다. 그리고 침대 위에 벌러덩. 


"아들 오늘 좀 빨리 가야 되는데 얼를 준비 하시지?"

"응"


제2의 사춘기가 온 중2 아들의 대답은 여전히 짧다. 가끔은 저 짧은 대답에 짜증이 나고, 서운함이  밀려왔는데 지금은 그러려니 한다. 그러다 뭔가 마음에 안 들면 폭발하겠지만 말이다. 


"가자 8시다"


어느새 아이들의 등교시간이다. 나는 매일 아이들의 등교를 책임지고 있다. 내가 운전을 하지 않았을 때 아이들의 등교하는 모습이 떠올라서 멈추지 않고 있다. 오늘 새벽에서야 잠을 이루어서 그런지 눈 뜨기가 조금 버겁지만 아이들을 등교하고 나의 하루를 시작해야겠다. 백수강사의 월욜일을 말이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