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리가 없다고요?" 미국 어린이집 문을 두드리다

한 달 보육비 200만 원, 차 없는 엄마의 뙤약볕 사투기

by 다유

미국의 아동보육 시스템은 한국과 비슷해 보인다. 크게 어린이집, 유치원, 학교로 이어지는 우리처럼 미국도 Daycare, Preschool, School로 연결된다. 그러나 무엇보다 큰 차이는 '비용'이다. 국가의 보조금 덕분에 큰 부담 없는 한국과 달리, 미국의 보육비는 그야말로 살벌했다.


지역마다 다르지만 우리 동네 데이케어 비용은 한 달에 1,200불에서 2,000불 이상, 한화로 백만 원이 훌쩍 넘는 돈을 매달 내야 한다. 웬만히 벌어서는 엄두도 못 낼 금액이기에 많은 가정들이 가정보육을 택하거나 조부모의 손을 빌린다. 다행히 우리는 남편학교의 학생 자녀 지원금 덕분에 이 거대한 장벽을 넘을 수 있었다. 공부하는 학생들을 위한 배려라니, 팍팍한 유학생 살림에 이보다 큰 복은 없었다.


하지만 돈이 해결된다고 끝이 아니었다. 대학 부설 데이케어는 워낙 인기가 좋아 1년 전부터 대기를 걸어야 했고, 사설 기관들도 자리가 없긴 마찬가지였다. 결국 미국 도착 후 두 달간, 나는 16개월, 42개월 두 아이와 24시간 '밀착 마크' 독박 육아에 돌입했다.




육아 경험이 있는 분들은 아실 것이다.

이 연령대의 두 아이가 함께 있다는 것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눈동자는 쉴 새 없이 움직이는 둘째를 쫓고, 귀는 자기 세계에 빠진 첫째의 요구를 들어야 한다. 기상부터 목욕, 취침까지 하루 여섯 끼(삼시 세끼+간식 세 번)를 챙기다 보면 여기가 한국인지 미국인지 분간이 안 갔다. 정신이 '빽빽' 돌아버릴 것 같은 일상이 반복되자 서러움이 밀려왔다.


에라, 이럴 거면 내가 여길 왜 왔어!


짜증이 스멀스멀 올라오던 찰나, 나는 결단했다. 자리 없으니 기다리라는 남편만 믿고 있을 순 없었다.


당장 구글맵을 켜고 집에서 가장 가까운 데이케어를 찾았다. 그리고 홈페이지에 적힌 주소로 어설프지만 간절한 메일을 보냈다.

"Good morning! I am from South Korea and I have 두 아이... (중략) 도움 없이 외국인으로 버티기가 너무 힘드네요. 제발 자리가 있는지 알려주세요."

진심이 통했을까? 자리가 없지만 어떻게든 만들어보겠다는 원장 선생님의 답장을 받았고, 등록 전 간단한 방문 약속을 잡았다.




문제는 역시나 '차'였다.

앞선 글에서 말했듯, 당시 우리에겐 차가 없었다. 42개월 큰애는 걷게 하고, 16개월 둘째는 유모차에 태웠다. 펜실베이니아의 뜨거운 해가 내리쬐는 길을 그렇게 15분간 터덜터덜 걸었다. 미국에서 처음 만나는 현지 선생님들에게 잘 보이고 싶어 화장도 곱게 하고 옷도 차려입었지만, 도착할 때쯤엔 우리 가족 모두 인중에 땀이 송골송골 맺혀 어쩌다 가여운 모양새가 되었다.

땀을 닦으며 마주한 센터는 광활한 대지 위에 세워진 커다란 단층 건물이었다. "역시 땅덩어리가 넓으니!" 하며 내뱉은 감탄도 잠시, 신발을 신은 채 교실을 누비는 아이들을 마주했다. 영화 <나 홀로 집에> 속, 신발을 신고 침대로 뛰어들던 맥컬리 컬킨을 보며 느꼈던 묘한 문화 충격이 현실로 다가온 순간이었다


7월의 뙤약볕 속에서 사투를 벌인 내 간절함 덕분인가! 다행히 빈자리를 약속받았고, 우리는 8월 말 새 학기 시작에 맞춰 두 아이의 등록을 무사히 마칠 수 있었다.

드디어 나의 '진짜' 미국 생활이 시작되려는 참이었다.


*나의 진짜 미국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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