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김박은경 Jan 07. 2024

글자 무덤 절대 반대


대니엘 코일의 <탤런트 코드>에는 브론테 자매에 대한 줄리엣 바커의 연구가 소개됩니다. 그들이 글쓰기 재능을 타고난 천재는 아니었다고 해요. 그들에게 글쓰기는 게임을 하는 것처럼 사교적인 행위였고요. 미숙한 모방에 엄청난 시간과 노력을 기꺼이 쏟아부었기 때문에 위대한 작가가 될 수 있었다는 결론인데요. 위로와 힘이 됩니다.        


우리가(제가) 쓰는 글은 미숙함을(반드시) 건너갑니다. 어제의 글도 오늘의 글도(내일의 글도) 요. 마음에 들지 않으니 저장해 둘 수도 있습니다. 차곡차곡 쌓인 실패작을 다듬어서 세상에 내보이리라, 마음을 먹기도 하지요. 고치고 또 고치다 보면 처음의 영감은 사라지고 내가 읽어도 지루한 글자 무덤만 남아있게 됩니다. 좋지 않다고 생각해요. 우선 시간이 너무 걸리고요. 객관성을 잃고요. 지치니까요.


부지런히, 게임을 하듯, 즐거이 쓰려고요. 별로인 글들을 건너가야 (언젠가) 좋은 글을 만날 수 있을 거라 믿습니다. 여기서 잊지 말아야 할 포인트는 ‘엄청난 시간과 노력을 기꺼이’ 쏟아붓는 자세에 있겠지요. 지향의 자세가, 그 과정이 전부일 수도 있어요. 그래도 생의 명명백백한 증거가 되겠지요.        


밤새 눈이 내렸습니다. 맑고 추운 휴일의 천변 산책은 즐거웠어요. 미끄러운 길을 조심조심 걸어가는 사람들 뒤로 신이 나서 뛰는 흰 개와, 시린 강에 두 다리를 아니 두 발을 묻고 노는 오리들을 보았습니다. 까마귀 한 마리가 붉은 열매를 물고 날아갑니다. 교차로에서는 비둘기들이 얼음이 된 눈길을 헤집고 있었습니다. 배가 고프겠지요. G가 빵을 좀 나누어주자고 해서 떼어주었습니다. 새가 새를 부르는지 몇 마리나 신나게 날갯짓을 했습니다. 먹이를 주지 말라는 행인이 있어 도망치듯 서둘러 돌아왔습니다.


 


매거진의 이전글 300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