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김박은경 Jan 08. 2024

귀여움이 나를 구원하네

요조, 임경선, 하루키의 에세이에는 귀여움이 있습니다. (좋아한다는 고백입니다) 모두 다른 귀여움이요. 차례로 사랑스러운 귀여움, 쿨한 귀여움, 자유로운 귀여움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즐거운 매혹이지요.


이게 나야, 당신이 싫다 해도 하는 수 없지, 굳이 읽지 않아도 된다, 그래도 난 쓸 거야, 당신이 원하는 그런 얘긴 안 할 거야. 눈치 보지 않아, 신경 쓰지 않아, 이게 나라니까.  저리 가라고, 하는 분위기랄까요. 돌아보면 각자 편한 자세로, 심드렁한 태도로 자판을 두드릴 것 같아요. 내부적으로는 치열하면서 말이죠.


그들의 매력은 어디서 오는 걸까요? 음악을 한다는 것, 외국에서의 성장 경험, 딩크로 살아가는 결혼? 환경적인 영향도 있겠지만 그들이 그동안 읽고 들었던 것들의 영향도 클 것 같습니다. 임경선과 하루키, 하루키와 레이먼드 챈들러나 스콧 피츠제럴드 등의 관계도가 그것이지요. 이미 알려진 것이고요. 요조는 잘 모르겠어요. 타고난 무드일 수도 있겠네요.


그들의 글에서는 삶의 신산함, 악전고투, 맹렬함 같은 것들이 느껴지지 않습니다. 과하지 않은 노력, 타인과의 적정거리, 원하는 것을 숨기지 않는 용기가 있어요. 그런 매혹을 귀여움이라 말하고 싶습니다. 읽으며 웃게 됩니다. 소리 없는 미소랄까요.


버스에서 댄스 뮤직이 흘러나옵니다. 기사님 뒤로 네 좌석 정도가 의자가 없어요. 서서 갈 수 있는 자리 옆으로 범퍼를 붙였네요. 덕분에 댄스 플로어 같아요. 내리기 전에 저기 서서 가볍게 몸을 흔들고 싶지만 환승을 해야 하니 참습니다. 앞 승객의 가방에 귀여운 인형이 대신 몸을 흔드네요.


매거진의 이전글 글자 무덤 절대 반대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