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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박은경 Jan 18. 2024

누구와 여행을 갈까


50의 아들과 70의 아버지가 패키지여행을 가셨다. 아버지 소원이 죽기 전 교황님을 뵙는 것이었다고. 아들은 돈을 모으고 시간도 만들었을 텐데 생각 같지 않았다. 입에 맞지 않는 식사와 멀미와 고단함에 아버지는 병이 나셨고 병원도 못 가시는 채로 끙끙 앓으시다가 돌아오는 공항에서 종합병원 응급실로 가셨다. 서로 미안하고 속상했겠지. 남들은 그거 돈 버리고 시간 버린 거라고들 하지만 아닐 거다. 그렇게라도 교황님 계신 땅을 밟으신 게 두고두고 기쁨이고 자랑이실 것 같다.      


한 번의 여행이 가능하다면 당신은 누구와 갈까. 1 혼자 간다. 2 애인(남편)과 간다. 3 식구(엄마, 아버지, 딸, 아들 등)와 간다. 4 친구(들)와 간다. 5 안 간다.

     

혼자 여행을 떠나 생각도 좀 하고 쉬어야지, 하지만 도착하기도 전에 심심하고 쓸쓸할 것 같다. 누군가와 함께 간다면 즐겁거나 다투겠지. 그것은 I인가 E인가의 차이일 수도 있고, 각자의 상황에 따라 다를 것도 같다. 그래도 그중 가장 마음 편한 사람과 가야지. 그렇게 가도 다투지 않기란 어렵겠지만. 더울 때 더운 나라에 가거나 추울 때 추운 나라에 가는 건 금지라던데.


스물몇, 더운 여름에 엄마 아버지와 해외여행을 갔다. 모시고 가는 척했지만 따라간 것 같고. 우리는 서로를 챙기면서 급피로 해졌다. 다정한 부모님의 모습, 싹싹한 딸아이의 모습, 살만큼 사는 분위기를 연출했는데. 아무래도 패키지여행은 팀 대항전 같다. 서로 친절한 척, 다정한 척, 행복한 척, 부유한 척, 아는 척을 하다가 사건이 터지고야 마는데. 누군가는 너무 늦고, 누군가는 소릴 지르고, 누군가는 무례하고, 어느 팀과 어느 팀은 다투기도 하는데 그게 패키지여행의 맛일 수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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