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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박은경 Jan 18. 2024

핼쑥한 몰골의 다정한 신


갓 제대한 아이와 해외여행을 다녀온 그녀는 말합니다. 남편은 화도 잘 내고 무뚝뚝한데 (함께 못 가게 된 덕분에) 아이와 가서 아주 좋았다고. 옆의 여인이 웃습니다. "그거 아들이 가장 다정해지는 시기라잖아?" 그런가요?


제 경우는 고교 여름 기숙사 입소 때, 고교 캠프파이어하며 엄마 편지 낭송할 때(모두들 대성통곡), 아이 낳을 때였네요. 지속 기간은 각각 7일, 3일, 한 달 정도?


올해 소방공무원 체력시험에서 남녀 같은 기준으로 평가한다지요. 위급상황 출동 시 남녀 모두 힘을 써야 하니 필요한 기준일 수는 있지만, 여자들이 불리할 것도 같고요. 의외로 힘센 여자들도 많은 것도 같고요. 위험 속으로 남자들만 내보내는 것도 말이 안 되는 것도 같고요.


너네 여자들도 군대 한번 갔다 와야 한다는 말도 많이 듣습니다. 힘든 일이라는 거 압니다. 혼자 있을 수 없다는 것, 자유의 통제, 온갖 인간 군상의 도가니, 불합리, 시간의 손실, 위험 등등… 하지만 나와 가족을 지키는 구체적 기술을 배울 수 있다는 점, 스스로의 한계에 도전한다는 점 등은 고무적입니다.


아무려나 남자들도 입덧하고 아이를 낳아봐야 한다는 말은 안 했어요. 그건 무섭고 고통스럽지만 놀라운 환희이기도 하거든요. 사람을 낳는다는 건 신적 존재가 된 것도 같거든요. 핼쑥한 몰골의 다정한 신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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