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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박은경 Jan 23. 2024

삭제 요망 단어


대학에 떨어졌을 때 방문 잠그고 울었습니다. 밥도 안 먹고 울다 지쳐 자다 깨서 또 울고 밤에 화장실 갔다 와서 다시 반복 재생. 손목의 핏줄을 보며 울었어요. 지금 죽어야 하는 거 아닌가 싶어서요. 스스로가 한심하고 가여웠습니다.


동창 딸아이 면접 얘기를 들었습니다. 면접관이 언제부터 일할 수 있냐 했다지요. 바로 할 수 있다고 답하고 최종 확답을 기다리는데 실은 그날이 아이 생일이어서요. 아침에 미역국도 못 먹였다고요. '바로 일할 수 있냐'는 말이 면접의 상용어라는 걸 모르는 아이는 천국과 지옥을 오간다고요. 밤새워 준비한 자기소개는 기회도 없었다고요. 심지어 자세히 묻지도 않았다고요. 15분 남짓 면접을 복기하는 걸 보고 있자니 무슨 말을 해줘야 할지 모르겠다고요.


되었을 수도 있고 안 되었을 수도 있겠지요. 그것이 성공과 실패는 아니라는 걸 나중에 알게 될 겁니다. 그저 배워가는 과정이라는 것을요. 경험치를 쌓는 일이라는 것을요.


실패의 敗자는 貝(조개 패) 자와 攵(칠 복) 자가 결합한 것입니다. 조개를 치면 깨지고, 깨진 조개는 쓸모가 없다는 거죠. 조개를 화폐의 도구로 사용했을까요? 일상의 도구로 사용했을까요? 아무려나 실패라는 단어는 사전에서 삭제하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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