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김박은경 Jan 23. 2024

엄친아 아친엄


"너의 생일을 맞아 내 옷을 샀다!"


아이는 어안이 벙벙한 표정입니다. 너를 낳고 키우느라 고생 비슷한 시간을 보냈으니 축하와 치하를 해줘야지. 부연설명도 어이없기는 마찬가지였겠지요. 그때 구매한 옷의 배송이 늦어지는 바람에 하필 아이 생일에 도착했거든요. 괜히 미안한 마음에 큰소리를 친 거죠.


내 엄마가 그랬으면 대번에 삐쳐서 말도 안 걸었을 텐데, 주워왔는가 의심하며 서운했을 텐데 아이는 그저 크크, 웃으며 잘했다고 말했습니다. 엄마에게 엄친아가 있다면 아이에겐 '아친엄'이 있을 텐데요. 내 엄마는 왜 저러나 싶을 때가 많을 텐데요. 크게 클레임이 들어온 적은 없으니 고마울 따름입니다. 속으로는 어떨지 모르지만요.


원치 않을 수도 있는 세상에 던져놓다니 왜 그랬냐고 원망과 분노를 토로할 수도 있지만, 가능성의 상태로 우주를 떠다니며 놀고 싶었다고 말할 수도 있지만, 그러지 말자고요. 지금 하늘 맛 좀 보자고요. 동지 지나니 하루가 다르게 환해지는 걸 보자고요. 겨울 새벽 아침이 얼마나 푸르고 예쁜지 보자고요. 사는 게 얼마나 멋진 일인지 쉬지 말고 찾아보자고요.


매거진의 이전글 삭제 요망 단어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