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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박은경 Jan 22. 2024

해피 벌스데이, 연인들


Q의 얘기를 듣습니다. 아이가 처음 사랑에 빠졌다고요. 제법 오래 만나고 있다고, 무슨무슨 기념일마다 분주해지는 모습을 보며 알 수 있었다고 해요. 아이 생일 전야에는 갑자기 집 앞에 나갔다가 오겠다고 하더래요. 사랑하는 그 아이가 찾아와서 잠시만 보고 오겠다고요. 그러니까 생일이 시작되는 12시가 되기 전에 도착해서 세상에서 가장 먼저 축하해 주는 사람이 되고 싶었던 거로군요.      


저는 말합니다. 알게 된 게 처음이고 이미 사랑일 뻔했던 일들이 더 있었을지도 모른다고. 사랑인 줄 알았던 사랑과, 사랑일 뻔했던 사랑과, 사랑이면 좋겠다고 생각했던 사랑과, 기타 등등 무수한 경우의 사랑이 있었을 거라고요. 사랑을 꿈꾸는 마음이 빚어내는 귀여운 참사입니다.


생일 선물로 그리 크고 좋은 것을 주고받지는 못할 겁니다. 아직 가난한 아이들이니까요. 용돈을 아끼고 모아서 고민에 고민을 하며 고르고 예쁜 리본으로 포장을 하고 카드도 썼겠지요. 사랑해, 사랑해 고백에 둥둥 떠다니는 기분이겠지요.       


사랑은 마음이라지만, 마음이야 기본 중의 기본입니다. 시간도 돈도 용기도 더해야 해요. 무모하고 위험한 일입니다. 자기 자신을 전부 주고도 아까운 줄 모르니까요. 더 줄 게 뭐 없나 두리번거리고 있겠지요. 자신이 사라지고 사랑하는 존재만이 돌올해지는 일은 황홀에 가깝습니다. 처음의 사랑, 처음의 사람이라면 그 의미는 놀랍도록 선명하고 강렬하겠지요. 그래서 확연한 상실일수록 확연한 황홀로 느껴질 것 같습니다.      


그 사랑이 너무 예쁘니 모르는 척하라고 했습니다. 그 사랑이 훼손될까 두려우니 더욱 모르는 척하라고 했습니다.  모든 사랑마다 열심일 수는 없으니까요. 아무려나 오늘이 생일이신 분들 축하드립니다. 오늘이 연인의 생일이신 분들 더욱 축하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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