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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박은경 Jan 24. 2024

간장의 맛


그해 여름, 오랜만에 콩자반을 만들었다. 우리 집에는 좋아하는 사람이 별로 없고, 안 하다 보니 잘하지 못하지만 엄마가 좋아하셨던 기억에 요리책을 보며 한참 걸려 완성했다. 반짝반짝 빛나는 콩자반에 깨도 송송 뿌리고 솜씨를 내보려던 건데.      


뭇국에 만 밥 반 스푼에 콩자반 두어 개 올려드리니 엄마는 열심히 오래오래 씹으신다. 콩나물 무침에 직접 재서 구운 김에 명란무침에 계란말이 같은 것들. 병원 반찬과 크게 다르지 않을 텐데 맛있다는 거짓말. 먹어야지, 우리 막내가 해온 건데 열심히 먹어야지, 살아야지, 콩자반을 먹고 살아야한다, 하셨는데. 그 음식이 내가 해드린 마지막이었다.      


지금도 콩자반은 잘 만들지 않는다. 그래도 간장만은 반드시 그걸로 사게 된다. 그걸 찍어 먹으면 엄마가 해주는 음식처럼 맛있어지는 것 같아서. 엄마의 요리 비책을 전수받은 기분이 들어서. 검게 찰랑이는 간장병 속에 무엇이 들은 건지 알 수 없지만 캄캄한 밤하늘처럼 모든 빛나는 것들이 빼곡히 들어있을 것 같아서. 간장병이 비어갈 때면 나 자신이 텅 빈 것처럼 불안해져서 부지런히 그 간장을 사러 나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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