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김박은경 Jan 25. 2024

먼지가 뭔지 생각하는 먼지


먼지, 귀지, 딱지 등에 붙는 '지'는 무엇일까. 다른 건 모르겠고 먼지는 '가늘고 보드라운 티끌'인데 <석보상절>에서 '먼지’의 옛말은 ‘몬재’였다고. '재’는 본래 속칭 ‘아래아(o)’를 쓴 ‘재’로 滓(찌끼 재)에서 비롯된 말이라고. 물체가 불에 탄 뒤에 남는 가루의 물질을 ‘재’라고 하는데, ‘滓’자에는 ‘水(물 수)’가 들어 있어 ‘물의 불순물인 앙금이나 찌끼’에서 발전된 의미라고 한다.


작고 작은 것. 거의 사라진 것. 훅 불면 사라지는 듯 보이는 것. 그러나 먼지가 완전히 사라지는 것인지는 모르겠다. 어디 다른 데 가서 쌓일 듯도. 복병처럼 은밀히 숨을 듯도. 세를 불려 다시 무언가 되기를 꿈꿀 듯도. 미세먼지가 좋다는 말은  그것이 미세하여 해롭지 않다, 그 물성 자체가 좋다는 말처럼 들린다. 미세한 것이 무슨 힘이 있겠나 싶어서.


하지만 먼지가 뭉쳐서 덩어리가 되면 식겁하니까, 미세먼지 미세플라스틱 같은 것들이 척후병처럼 은밀히 파고드니까 더 무섭다는 건데. 사라지지 않고 반드시 돌아온다는 건데. 뭔가 심란할 때면 우주먼지가 먼지 같은 고민을 하는 군, 싶다가도 우주먼지와 먼지라면 같은 체급이니 힘든 게 당연하다 싶고.


매거진의 이전글 간장의 맛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