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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박은경 Jan 31. 2024

사랑은 영원을 꿈꿉니다


이상은의 노래 <그대 떠난 후>의 가사는 이렇게 이어집니다. ‘누구나 혼자뿐인 거라고 차갑게 웃음 짓던 그대/ 거리엔 온통 혼자뿐인 사람들 웃으며 거니네... 보이지 않는다고 사라진 건 아니잖아... 세상은 슬픔뿐이야/ 아무것도 남겨두지 마/ 후후후’ 이 노래를 부를 당시의 그를 기억하는 사람들은 지금의 그가 낯섭니다.     


시간은 겹겹으로 흐르는 것 같습니다. 한 사람에 대한 기억은 무수한 겹으로 남아 각각 다른 존재처럼 느껴지기도 합니다. 아니, 모든 겹겹의 기억들이 포개지면서 주름진 형상으로 완성되는 것도 같습니다. 이 주름은 많이 입어 몸처럼 익숙해진 의복의 주름, 많이 사용하여 익숙해진 가죽 소파의 주름처럼 자연스러운 평온의 상태이지요.       


사랑하고-헤어지자 말하고-헤어지고-그리워하고-슬퍼하는 과정 속의 마음은 파편처럼 분광합니다. 슬퍼하지 말자고 다짐해도 세상은 슬픔뿐이라는 독백도 좋지만 ‘보이지 않는다고 사라진 건 아니잖아’는 더 좋습니다. 끝난 관계, 사라진 존재도 내 속에 살아있다면 존재하는 것이니까요. 모든 사랑은 영원을 꿈꿉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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