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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박은경 Feb 01. 2024

셰익스피어의 질문에 대한 대답


스케일링하러 갔다가 금을 발견했다. 실금이 언제 어째서 어금니에. 뭘 얼마나 열심히 씹었는가 반성하는데 의사 선생님 말씀, 그런데 보시다시피 이 뿌리가 깊어요. 튼튼합니다. 굵고 강하고 아주 잘생겼어요. 치료를 앞두고 기분이 좋아져서, 그렇다면 바람에 흔들리지 않겠다고 대답할 뻔했다.


뿌리깊은나무-바람에흔들리지아니할새, 하와유-아임파인땡큐, 살어리살어리랏다-청산에살어리랏다, 아버지날낳으시고-어머니날기르실제, 저푸른초원위에-그림같은집을짓고, 긴터널을빠져나오자-눈의고장이었다… 즉각적으로 튀어나오는 문장이 있다. 반복학습과 노출의 힘이겠지.  그러나 제대로 안다고는 할 수 없다.


입 속의 일도 몸속의 일도 마음속의 일도 좀처럼 알 수 없다. 확대경과 내시경으로 이따금씩 돌봐주어야 하는 이유. 사느냐 죽느냐의 문제는 아니지만.


어려서부터 아는 분위기였던 햄릿의 그 문장은 '사느냐 죽느냐 그것이 문제로다. 성난 운명의 돌팔매와 화살을 마음속으로 견디는 것이 더 고귀한 일이냐, 아니면 고통의 바다에 맞서 끝까지 대적하여 끝장을 내는 것이 더 고귀한 일이냐.' 이렇게 이어진다. 그 책을 제대로 완독 한 것은 한참 뒤의 일이고 셰익스피어의 질문에 대한 내 대답은 후자이지만 행동은 거의 전자에 가깝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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