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조대를 샀다. 처음에는 싱크대 상단에 붙어 있는 길고 커다란 것이었는데, 그다음에는 같은 스타일을 고민하다가 거의 동일하지만 기둥에 의해 세워지는 길고 큰 것으로 골랐다. 그다음에는 또 고민을 시작했다. 그릇이 그렇게 많이 나오지는 않는구나, 큰 그릇은 어차피 건조대에 안 들어가는구나. 그러면 작은 것이 좋겠다. 그렇게 조금 작고 매우 단단하고 무척 아름다운 것으로 골랐다. 주방 공간이 훨씬 넓어졌고, 예상대로 크기도 적합하다. 가격은 세지만 만족스럽다.
처음 교체할 때부터 이것으로 살 걸 그랬다 싶지만 무언가 선택할 때 점핑은 쉽지 않다. 이전의 경계 내에서 고민하도록 적응이 되어버렸기 때문이겠지. 나란 인간은 조금씩, 천천히, 모든 단계를 거쳐가면서 나아가는 유형인 것이다. 아니지, 혹시 다른 것은 안 될까, 왜 안 될까. 각도를 바꿔가면서 고민했다면 레벨 업된 선택이 가능해지는 것이겠고. 가끔은 천재적인 인간이 뜀틀을 단번에 몇 단계나 높이 뛰어넘는 식으로 불가능해 보이는 일들을 해내는 것이겠지.
이 글의 마무리는 발자국 사진으로 할 생각이었다. 인류의 발자국 화석은 탄자니아 라에톨리(Laetoli)의 약 360만 년 전 지층에서 발견되었는데 두 사람이 나란히 걸어간 모습이다. 오스트랄로피테쿠스로 추정하는데 분출한 지 얼마 지나지 않은 화산 퇴적층 위에 두 발로 걸었음을 보여준다. 그것으로부터 달에 착륙한 암스트롱의 발자국까지 인간은 얼마나 멀리까지 뛰어오른 것일까,라고 하려 했으나 이미 그런 책이 있었다. (기사 속에 인용되었다) 한발 늦었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