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고 싶지 않다는 말

by 김박은경


무슨 ‘비‘로 끝나는 이름인데 기억이 나질 않았다. 단편 소설 제목이었는데 작가도 모르겠고 답답해 미칠 지경이었는데 방금 드디어 찾았다. 자러 들어가려다가 책을 뒤적이다가 (다른)작가 소개 속에 바로 “바틀비”! 바틀비를 기억해 내려고 이 책을 읽었을까. 감개무량하여 바틀비를 비틀비틀비로 외우자고 결심했다.


<필경사 바틀비>는 허먼 멜빌의 1853년 소설. 월가에서 일하던 그는 “하고 싶지 않습니다”라는 말로 작업지시를 거부하다가 교도소에서 죽음에 이르는데, 수동적인 그 저항이 월가가 상징하는 자본주의의 질서를 근본적으로 위협하고 있다는 평이다.


바틀비를 떠올린 것은 출근길 열차에 나란히 앉았던 두 남자의 이야기 때문이었다. ‘힘들어도 어쩌겠어. 다 먹고살자고 하는 일이지..’ 그렇지. 다들 먹고살자고 일한다. 먹고사는 일은 언제쯤 쉬워지나. 먹고살기 쉬워진 사람들은 뭘 하고 사나.

그런데 바틀비의 월가로부터 우리는 얼마나 멀리 왔나. 하고 싶지 않다는 말을 할 수 있는 사람은 얼마나 될까. 말도 안 되는 사건사고들이 하루도 빠지지 않는다. 어린아이들이, 젊은 청년들이, 늙은 사람들이 먹고살려고 뭐라도 하려다가 죽는다.


‘하고 싶지 않다’는 말은 먹고살 수 없어도 하는 수 없다는 무모한 용기와 조용한 결단에서 가능한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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