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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박은경 Feb 01. 2024

하고 싶지 않다는 말


무슨  ‘비‘로 끝나는 이름인데 기억이 나질 않았다. 단편 소설 제목이었는데 작가도 모르겠고 답답해 미칠 지경이었는데 방금 드디어 찾았다. 자러 들어가려다가 책을 뒤적이다가 (다른)작가 소개 속에 바로 “바틀비”! 바틀비를 기억해 내려고 이 책을 읽었을까. 감개무량하여 바틀비를 비틀비틀비로 외우자고 결심했다.


<필경사 바틀비>는 허먼 멜빌의 1853년 소설. 월가에서 일하던 그는  “하고 싶지 않습니다”라는 말로 작업지시를 거부하다가 교도소에서 죽음에 이르는데, 수동적인 그 저항이 월가가 상징하는 자본주의의 질서를 근본적으로 위협하고 있다는 평이다.


바틀비를 떠올린 것은 출근길 열차에 나란히 앉았던 두 남자의 이야기 때문이었다. ‘힘들어도 어쩌겠어. 다 먹고살자고 하는 일이지..’ 그렇지. 다들 먹고살자고 일한다. 먹고사는 일은 언제쯤 쉬워지나. 먹고살기 쉬워진 사람들은 뭘 하고 사나.

 

그런데 바틀비의 월가로부터 우리는 얼마나 멀리 왔나. 하고 싶지 않다는 말을 할 수 있는 사람은 얼마나 될까. 말도 안 되는 사건사고들이 하루도 빠지지 않는다. 어린아이들이, 젊은 청년들이, 늙은 사람들이 먹고살려고 뭐라도 하려다가 죽는다.


‘하고 싶지 않다’는 말은 먹고살 수 없어도 하는 수 없다는 무모한 용기와 조용한 결단에서 가능한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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