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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박은경 Feb 11. 2024

한 살 더 아름다움

어제 슈퍼에서 00버터칩과 버섯을 안고 계산대로 향하시는 그녀는 작고 동그란 호두알처럼 반짝이는 주름이 가득했습니다. 나를 보시며 ‘그 대파 얼마요’, 물으시는 끝에 내일 설날이 되면 90이 된다고 한숨을 쉬십니다. 어린 소녀처럼 무구하게 웃으시면서요.       


카르멘 델로피체는 92세, 13세(15세, 16세라는 말도)에 모델이 되어 현재까지 세계적 명품브랜드의 모델로 활동하는 분인데요. 91세에 누드에 가까운 화보 촬영도 하셨고요. ‘나이가 들어서 열정이 사라지는 것이 아니라 열정이 식어서 나이가 드는 것이다.’라고 하십니다.       


아이리스 아펠은 103세, 모든 색을 활용해서 유쾌하고 독창적인 스타일로 활발한 협업을 하시는 분입니다. ‘새로운 것을 시도하세요. 나이와 숫자가 무섭다고 두려워하지 마세요. 당신만의 행복을 찾고, 가능한 한 개성을 유지하고, 나와 다른 무리의 의견에 따르지 마세요.’라고 하십니다.       


아포 황 오드(Apo Whang Od)는 106세, 필리핀 원주민 타투이스트로 보그 필리핀판 표지 모델로 선정됩니다. (Apr. 2023) 보그 모델로는 최연장자가 되셨다고요. 그녀는 ‘내가 앞을 볼 수 있는 한 타투 작업을 계속해갈 것이다. 시야가 흐려질 때 멈출 것이다.’라고 하십니다.

     

외부가 내부의 정확한 발현이 된다고 할 때 늙지 않는 것처럼 보이는 사람들의 비결은 무엇일까요. 더 빠르게 늙는 것처럼 보이는 까닭은요. 고생하면 빨리 늙는 게 사실이겠지요. 마음고생도 영향을 주겠지요. 유전자의 영향도 있고요. 어려서 노안이 늙으면 동안이라는 말은 맞을까요. 일소일소 일로일로(一笑一少 一怒一老)라면 웃을수록 젊어질까요. 너무 웃어도 주름이 많이 생긴다면서요. 웃어서 생기는 주름은 보기에 좋을까요. 의술의 힘을 빌면 시간을 거스를 수 있을까요. 부자연스러운 젊음과 자연스러운 늙음 중 어느 쪽이 나은가요. 자연스러운 젊음이 가능하다면 그것을 선택하고 싶어질까요. 파우스트처럼 악마에게 영혼을 파는 거래라도 불사하게 될까요.       


사람마다 어쩜 이렇게 다르게 늙을까요. 그런데 그 모습들이 왜 저마다 아름답게 보일까요. 필리핀 보그의 편집장 베아 발데즈는 다음과 같이 말합니다. '아름다움에 대한 개념은 진화해야 하며, 다양하고 폭넓은 얼굴과 형태를 받아들여야 한다. 우리가 말하고자 하는 것은 인간의 아름다움이다.’라고요. 제 마음은 발데즈 쪽일까요. 아님 늙음을 가능한 먼 거리에서 피상적으로 바라보(고 싶어하)는 쪽일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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