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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박은경 Feb 12. 2024

생의 나침을 바로하는 아침

온통 꽃동산입니다. 둥근 산의 둥근 무덤마다 꽃다발들이 피었습니다. 추모관은 인산인해입니다. 아기들부터 노인들까지, 유모차와 휠체어가 이어집니다. 1층 입구에는 이제 막 도착한 유골함과 노인의 사진이 낯설게 놓여 있습니다. 아직 어린아이들과 아직 늙지 않은 사람들과 아직 사라지지 않은 사람들과 아직 잊히지 않은 사람들이 가득합니다.


누군가 누구에게 국수 언제, 출산 언제, 졸업 언제, 취업 언제 그런 질문을 하면 누군가 금기어라며 핀잔을 줍니다. 웃고 또 웃었던 시간. 명절이 일 년에 두 번 있는 게 아쉽게도 느껴집니다. 그리운 가족들을 만나서 마음이 참 좋은 설이었습니다.


‘영원히 피어 있지 않기에 꽃을 더욱 아름답게 느끼는 것처럼, 죽음에 대해 생각하면 할수록 우리는 더욱 열정적으로 삶을 살아갈 수 있다.’ 데미안 허스트가 한 말이지요. 왜 그 해골에 다이아몬드를 붙인 작가 아시지요. 죽은 상어의 슬라이스를 전시한 사람 말입니다. 죽은 나비들로 전시관을 가득 채운 사람이요. 자신의 피를 뽑아 얼려서 만든 데스마스크로도 유명하지요.


곧 봄이 오려나 봅니다. 생생한 심장 박동이 들리는 듯한 목련나무 앞에서 피어날 시간을 상상합니다. 목련의 눈들은 일제히 북쪽을 향한다지요. 그래서 북향화라고요. 바르르 떨리는 생의 나침을 바로하는 아침입니다.

(2022. 2. 3. 한국경제신문 데미안 허스트, For Love of Go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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