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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박은경 Feb 16. 2024

신적인 아침

눈 감고 노래하는 여인을 보고 있다. 노약자석이다. 갈색 부츠 끝을 들었다 내렸다 하면서 두 손을 모은 것을 보니 기도하는 것일까. 낮고 가는 음성, 가사를 알 수 없는 곡은 신을 향하고 있을까. 그녀가 일어선다. 붉은 마스크를 꺼내 쓰고 검은 모자를 꺼내 쓰고 출격한다.


내 앞의 여인은 노란 표지 비닐 커버 포켓성경을 읽고 있다. 얇은 책장에는 작은 글씨가 빼곡하다. 왼손에는 회색 손가락장갑을 끼고, 호피무늬 에나멜소재 가방을 옆으로 메고, 진회색 중간 기장 파카 속으로 보이는 작은 꽃무늬 스카프, 진회색 바지에 진갈색 발목길이 부츠, 동그랗게 그린 갈색 눈썹의 미간은 집중하느라 조금 찌푸리고. 그녀는 나와 함께 내린다.


뒤에서 터져 나오는 한숨은 깊고 길어서 돌아보게 된다. 검정 롱코트를 입은 남자가 터덜터덜 걸어간다. 누군가와의 통화는 한탄으로 가득하고 얼굴은 보지 않았지만 이미 지친 것 같다.


기도로 아침을 시작하는 사람들은 행복할 것 같다. 행복하지 않아도 행복할 수 있을 것 같다. 기도는 무엇일까. 종교는 무엇일까. 신이 인간을 만든 것일까. 인간이 신을 지어낸  것일까. 무엇으로도 설명할 수 없는 신비한 일들, 기적에 가까운 일들, 믿을 수 없을 정도로 정확한 작동기제를 보면 신이 존재할 것만 같고 그 모든 것을 신이라 부를 수도 있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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