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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박은경 Feb 14. 2024

사랑의 확신과 이별의 확산

타인의 이별에 왜 이렇게 민감한가, 나는. 헤어지자고 말하는 사람도 그 말을 듣는 사람도 어떤 마음일지 알 것 같아서 가슴이 서둘러 먹먹해진다. 만나면 만나는 거고 헤어지면 헤어지는 거지. 만나고 또 헤어지는 게 일상다반사일 수도 있는데. 그러다가 정말 내 사람을 만나서 영원을 기대하기도 할 텐데. 결혼제도가 얼마나 불완전한 것인지 잘 알고 있으면서도 이별은 힘들다. 보고 상상하는 것만으로도 맥이 다 풀린다.      


당신은 사랑을 시작했고. 아름다운 것들을 함께 나눌 수 있었다. 많은 것을 주었고 또 받으면서 소중한 것이 무엇인지 확연히 알게 되었겠지. 언제든 네 편이 되어줄 사람이 있다는 것, 언제든 편들어주고 싶은 사람이 있다는 것, 그것만큼 충만한 감정은 없을 것 같다. 그래서 당신이 헤어지지 않았으면 했지. 오래오래 함께했으면 했지. 깨지기 쉬운 특별한 것을 바라보는 마음으로.      


하지만 당신은 헤어졌다. 사랑에 있어서 피동과 사동은 의미가 없다. 매정한 결론만 남을 뿐. 정말로 헤어지게 된 것일 수도 있고. 몇 번 더 만나게 될 수도 있고. 그러다가 다시 만날 수도 있고. 이별은 지금 했지만 징조는 이미 있었을 수도 있고. 둘 중 한 사람의 마음속에서는 이미 끝나버린 이야기일 수도 있겠지.    

사랑의 확신은 자주 오지 않는다(고 믿는다). 그래야 사랑이라고 믿고 있어. 금방 사랑에 빠지는 사람이라고 해도, 사랑을 믿지 않는 사람이라고 해도 그것은 투명한 날개 같은 것을 달아준다. 서로에게 밀착하여 다른 것을 볼 수 없는 열증의 상태라 해도 각자의 삶을 확장시켜 준다. 날개 덕분에 혹은 때문에 나란히 혹은 따로이 날아가게 되겠지만 결국에는 모두를 더 멀리 더 높이 갈 수 있게 해 준다(고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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