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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박은경 Feb 14. 2024

그 물건이 꼭 필요한가요?

지방으로 이사 간 K는 말합니다. 백화점도 쇼핑몰도 없는 곳이라 차를 타고 00소 가는 게 최고의 유흥이고 쾌락이고 소비고 쇼핑이라고요. 압구정동, 홍대, 이태원 등의 패션 스트리트를 조사하러 다니면서 새롭고 아름다운 것들을 구매하느라 늘 적자였던 그의 과거를 생각하면 놀라운 변화입니다. ‘거기 가면 말이야. 사고 싶은 게 그렇게 많아. 필요했는지도 몰랐던 것들이 줄기차게 등장한다니까. 계절별 패션쇼와 다르지 않아. 신상이 엄청 쏟아져. 그 왜 설거지할 때 옷 젖는 거 방지해 주는 가림막도 팔아. 개수대 탈수긴가 그거도 모서리 없이 둥근 게 나왔더라고. 모자는 또 얼마나 다양한지. 자판의 먼지를 빨아들이는 말랑이도 팔고. 그릇들은 말해 뭐 해. 예쁘고 귀여운데 값은 또 얼마나 좋게. 게다가 거기 최고가는 5천 원이야. 가기만 하면 손이 모자랄 정도로 사 온다니까.’ 압니다. 제가 사는 곳에도 있어요. 싸고 좋은(좋거나 좋을 것 같은) 것은 살 때도 버릴 때도 마음의 죄책감을 덜어줘요. 쉽게 사고 버려도 안 아깝다고 생각하니까요.      


마케팅 전문가 실베스터 초크는 자신의 사업이 과도한 소비를 조장한다고 말합니다. (Jan. 2024. Ted. Sylvester Chauke) 마케터들이 지구를 위해 올바른 일을 해야 하고, 구매하기 전의 고객들이 그 소비에 대해 다시 생각할 수 있도록 장려해야 한다고요. 그러기 위해서는 ‘솔직한 광고’가 필요하다는 거죠. 성공한 것처럼 보이거나 행복한 것처럼 보이기 위해 타인의 소비를 따라 하는 양태에 대해서도 지적합니다. 사람들이 더 많이 사도록 유도할 수 있다면 덜 사고, 다르게 사도록 유도할 수 있다고요.      


소비자 각자의 내부에도 냉정한 관찰자가 필요합니다. 비싼 것이나 싼 것이나 쓰지 않을 것을 산다면 쓰레기를 사는 셈이니까요. 동의합니다(만). 퇴근길에 일회용 비닐봉지가 필요해서 그곳에 들릅니다. 온 김에 한 바퀴 돌아보자 하는데 푸른 라인을 두른 접시가 보입니다. 쟁반만큼 커다랗고 완벽하게 둥글고 눈부시게 흰빛인데요. 표면을 손가락으로 쓸어봅니다. 차갑고 단단하고 먼지 한 톨 없습니다. 아무래도 몇 개 사야겠어요. 작은 소비 중독증에 걸린 것 같습니다. “그 물건이 꼭 필요한가요?”라는 경고문이 계산대 앞에 있으면 좋겠어요. 그런 걸 설치해 줄 까닭이 없지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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