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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박은경 Mar 04. 2024

나의 휴대폰, 휴대폰의 나

스웨덴의 저명한 정신과 전문의인 안데르스 한센(Anders Hansen)의 <인스타 브레인>에서는 우리들이 하루에 2,600번 이상 휴대전화를 만지며, 깨어 있는 동안에는 평균 10분에 한 번씩 들여다본다고 말합니다. 우리 중 40%는 휴대전화만 쓸 수 있다면 온종일 말 한마디 못해도 괜찮다고 말한다고요. 뇌는 '예측 불허'를 사랑하고 그래서 휴대폰을 사랑할 수밖에 없다는 거죠. 모두 틀린 말이 아니네요. 저자는 쉬엄쉬엄 산책 같은 운동만으로도 효과가 있다고 해법을 제시합니다.


미세먼지 속을 걸어 봅니다. 징징 울리는 휴대폰을 모르는 척할 수 있어야 합니다. 아예 꺼버려도 별일은 없을 텐데 용단을 내리지 못합니다. 급히 나를 찾을까, 급히 찍을 장면을 만날까, 어마한 글감이 떠오를까 잠시도 꺼두지 못합니다. 그러다가 착각의 진동이 울리면 꺼내 들고는 시공간을 잊어버리고 쏟아지는 온 세상의 잡담에 낚입니다. 시간은 뚝뚝 끊어지고 산책은 무의미해집니다. 나의 휴대폰이 아니라 휴대폰의 나입니다. 이것이 나를 쓰고 있네요. 어느새 빈틈없이 나를 감시하고 조정하고 이용합니다. 제르미 벤덤의 팬옵티콘과 짐 캐리의 트루먼쇼 그것들보다 더한 투명 큐브 속을 눈감고 헤매는 기분입니다. 해법이 없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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