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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박은경 Mar 05. 2024

유빈 씨, 왜 울어요

패밀리 레스토랑 화장실에서 통곡 같은 소리를 들었습니다. 손을 씻으며 보니 유니폼 위에 점퍼를 어깨에 걸친 소녀가 울어요. 드러난 이름표는 유빈. 아이처럼 숨이 막힐 듯 웁니다. 안 울려고 애를 쓰는데 울음이 멈춰지질 않는 것 같습니다. 손으로 눈물을 지우지만 두 손이 이미 젖어 있어요. 휴지를 끊어서 손에 쥐어줬어요. 왜 우냐고, 누가 그랬냐고, 어디 아프냐고, 야단맞았냐고, 진상 고객이 있었냐고, 남자친구와 이별했냐고, 뭐든 아니 뭐라도 묻고 싶었지만 참습니다.


천쓰홍의 <귀신들의 땅>은 울지 말라는 말로 끝이 납니다. 작가의 의도는 실컷 울고 잊지 말라는 것이라지요. 유빈 씨도 실컷 울어요. 그리고 그런 일은 정말 별거 아닌 것으로 여겨질 정도로 성장한다는 것을 기억해요.


여기저기 무채색 투성이인데 곧 들어찰 푸름을 잘 알고 있습니다. 푸름보다 먼저 피어나는 꽃들도 잔뜩 있지요. 순서대로 여기쯤 생강나무, 저기쯤 개나리, 그리고 철쭉이며 진달래, 벚나무 그 사이 바닥을 비집고 올라오는 제비꽃도 있겠지요. 목련은 어느 즈음이던가요. 피어남을 알기에 견디고 기다리고 희망할 수 있습니다. 계절을 안다는 것은 다음, 다음의 다음을 보는 눈을 뜬다는 것 아닐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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