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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박은경 Apr 14. 2024

흰 낙타 이야기

흰 낙타 챠강티메는 달랐습니다. 방송 당시 인간 나이로 85살이 더 되었다니 이미 늙었으나 걸음걸이는 위엄이 있고, 물을 찾아 마시는 장면은 용맹스러웠습니다. 다른 낙타들이 두려워하는 무언가가 있었어요. 1994년에 이 챠강티메를 신의 제물로 바쳐 인간의 안녕을 빌었답니다. 그 의식은 낙타를 산 채로 풀어주는 것이라고요. 너를 죽이거나 먹지 않겠다, 팔지 않고 때리지 않고 상하게 하지도 않겠다고 약속한다고요. 챠강티메는 평생을 혼자 살아갑니다. 추운 밤도 더운 낮도 광야의 갈증도 이겨냅니다. 거대한 고비사막을 제 그림자 하나만 끌고 걷습니다. 그 눈빛은 뭐라 말할 수가 없어요. 아름답고 처연하고 고독하고 강합니다. 낙타를 600마리나 키우는 고비의 원주민 후엥은 약속대로 해마다 챠강티메를 찾아와 푸른 줄을 갈아줍니다. 그리고 말합니다.      


너는 어디든 갈 수 있고

언제든 돌아와도 좋으니

이제 영원한 자유다.     


영상 속 챠강티메는 아직도 고비 사막 속을 걸어가고 있을까요. 사람으로 환생하여 두 발로 걸어가고 있을까요. 흰 것들이 떠도는 신성한 영혼처럼 보입니다. 떨어져 버리는, 이미 희지 않은 목련 꽃잎들도 그 사이를 날아가는 흰나비도 다만 고요한 휴일입니다.      

EBS 다큐프라임 <챠강티메-흰 낙타 이야기>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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