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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박은경 Apr 20. 2024

돈은 돈대로 글은 글대로

그의 반지들이 가장 예뻤습니다. 다른 가게 보다 조금 비쌌습니다. 1+1도 없었고요. 그는 매대 뒤에 앉아 거의 보이지도 않습니다. 물건을 건네려 일어선 그의 나이는 주위 가게 주인들보다 10~20 살은 많아 보였습니다. 그의 접객 태도는 차분, 고요, 무심 쪽이었어요. 불필요한 말은 하지 않아요. 예쁜 물건, 좋은 가격, 히트상품, 유행이다, 신제품, 어울린다는 등의 표현은 하지 않습니다. 그래도, 그래서 다시 반지를 사게 되면 그곳으로 가고 싶습니다. 그의 일매출은 어느 정도일까요. 주위 점포에 비해 높을까요, 아닐까요.


음식이 싸고 맛있고 주인이 친절하면 자주 갑니다만, 셋 중 마지막 요소는 그냥저냥 평타만 쳐도 괜찮습니다. 너무 불친절할 경우만 삭제하지요. 글이 읽기 편하고 재밌으면 좋을 텐데요. 쉽고 즐거운 것도 좋고요. 어렵게 되어버리면 막막합니다. 제게는 러시아소설이 어렵습니다. 러시아 장편소설은 이름도 많고 길고 어려워서 몰입이 안 되더라고요. 러시아가 아니더라도 대하소설을 통독하기가 힘듭니다. 참을성이 부족해요. 하지만 좋아하고 읽어내는 분들이 있지요. 모든 글은 저만의 독자가 있다고(있을 거라고) 믿습니다.


그러니 글을 써서 부자가 될 꿈은 고이 접고, 돈은 딴 데서 벌고 글은 그저 행복을 위해서 하는 게 좋습니다. 좋아하는데 돈까지 벌어주면 좋겠지만 순수한 기쁨을 훼손시키지 말자고요. 글이 주 수입원이 되려면 많은 것이 필요합니다. 할 수 있는 것도 있지만 할 수 없는 것도 있으니까요. 돈은 돈대로, 없으면 없는 대로, 그래도 글은 글대로 그게 맘 편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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