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는 책의 첫 페이지에 이 책을 그에게 바친다는 글을 읽는다. 그런 헌사는 무슨 뜻일까. 그에게 바치는 이 글을 모두가 읽을 텐데. 모두의 것이 될 글을 바치는 것에 큰 의미가 있을까. 감사하다는, 사랑한다는 고백에 다름 아니겠지.
어떤 글을 누가 바치면 받겠는가. 그것은 또 무슨 의미인가. 스스로를 위해 써놓고 바치다니, 저 좋자고 쓰고는 바치다니, 받아 읽는 마음이 좋으리라는 확신을 한다는 듯이. 꼭 좋아야 한다는 듯이.
글은 오직 쓰는 것, 바치거나 받는다는 말은 허공 속으로 던지는 공처럼 사라지는 기분.
헌사는 귀하고 다정한 것인데 왜 마다하는가. 스스로 쓰고 스스로 원하고 스스로 가장 많이 읽고 스스로 가장 만족하거나 실망하는 글과 책. 헌사란 자신에게 하는 게 가장 맞을 것도 같은데 그럴 정도로 좋은 글이 되어야 할 텐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