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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박은경 Apr 27. 2024

낭만에 대하여

그의 노래를 처음 들었을 때 그는 이미 어른이었습니다. 어제 다시 듣는데 아니 보는데 더욱 어른이 되었습니다. 무슨 가사가 저래, 하다가 듣다가 아아 좋구나, 했어요. 하얗게 변한 머리 그대로 무엇도 감추지 않는 듯한 모습. 힘을 빼고 혹은 힘이 빠지고 부르는 오늘의 노래는 가사와 더욱 어울리는 창법입니다. "낭만에 대하여" 이 노래는 그의 내일 그다음의 내일 더욱더 잘 어울리겠습니다.


가사는 알듯 모를 듯합니다. 도라지 위스키가 있군요. 그걸 파는 다방이 있나요. 멋을 부린 마담도 마담에게 던지는 농담도 텅 비어 애잔합니다. '이제와 이 나이에 실연의 달콤함이야 있겠냐만은'이라지만 이 노래는 그의 40대의 것. 이제와 이 나이라기에는 푸릇하지 않은가요. 예감하는 쇠락, 확정된 파과. 우리의 눈앞에서 우리보다 빠르게 달려 나가는 그것들을 봅니다. 저도 제법 이해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돌아올 사람도 없는 선창가'에서 '첫사랑 그녀의 늙어감'을 그려봅니다. 모두가 어린 날이 있고 어지러운 날들이 있고 제 열기에 스스로 타버릴 듯한 시간이 있고 저지르고 후회하는 시간들이 반복된다는 것. 그 주기는 느려지다가 더는 저지르지 않는 시간이 오는 걸까요. 착착 컨베이어벨트 돌아가듯 멈추지 않는 시간 속에서 그 모든 것들을 알고 있지만 노래를 멈추지 않는 그것이야말로 진짜 낭만 아닌가요.

KBS 더시즌즈 지코의 아티스트 240426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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