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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박은경 Apr 27. 2024

인터뷰 한 편을 다 보지도 않고

누구 말이 맞을까요. 누구의 말도 백 프로 맞지는 않을 겁니다. 저마다의 진실이 다르니까요. 같은 것을 같이 보고도 다른 기억을 하는 것이 인간이니까요. 동일 사태에 대한 사람들의 반응이 둘로 나뉘는 것도 흥미롭습니다. 한쪽을 지지하는 사람들의 눈에 다른 쪽의 말은 허언이고 그 반대로 해도 마찬가지입니다. 선거전을 다시 보는 듯 피로합니다.      


양쪽 진영 모두 대중의 마음을 정말 잘 알고 있는 것 같습니다. 어떤 옷을 입고 어떤 얼굴로 어떤 발성으로 어떤 말과 어떤 보도자료를 내는 게 효과적일지도 잘 알고 있고요. 그런 사람들이 만드는 예술이니 빠져들지 않을 수가 없는 겁니다. 중요한 것은 이미 진위 여부가 아닌 것 같아요. 잠자는 감정, 감춰진 충동, 외면했던 분노, 막연한 피해의식 같은 것들을 자극하면서 자신의 것들과 자존을 지키려 합니다. 칼과 칼, 방패와 방패 같습니다.      


그들은 우리가 좋아하는 것을 창작하지 않습니다. 좋아하게 될 것을 창작합니다. 그리고 그것을 좋아하지 않을 수 없게 만듭니다. 콘셉트이라는 것, 주제라는 것, 소재라는 것, 발화의 방식, 가창의 태도, 즉흥적인 것처럼 보이는 애티튜드, 사소한 듯 위장된 포인트 같은 것들. 철저히 의도된 것이겠지요. 그들은 어떻게 타깃을 그렇게 잘 파악할 수 있었을까요. 파악이 아니라 구심이 되어 채집하는 것일까요. 그들의 천재적 감각과 마케팅이 만나면 못할 것이 없겠습니다.      


새로울 것, 그러나 지나치게 새롭지는 않을 것. 복고에서 찾아내고 되살리고 믹스해 내고 카피해 내고 양극으로 갔다가 그다음에는 음극으로 갔다가 양과 음을, 정과 반을 되돌이표처럼 왕복하면서 숨겨진 감각기를 자극하고 있습니다. 언제나 생각, 생각하기를 멈추지 않았을 겁니다. 배울 점입니다.      


그렇다면 누가 읽을지 확실치 않은 글을 끝없이 쓰는 일은 어떤가요. 오로지 자신만을 위해, 지속되기를 원하는 글쓰기는 어떤가요. 글쓰기를 두려워하지 않고, 어려워하지 않은 것은 바람직하겠으나 목적 또한 필요합니다. 목적이 있는 글쓰기는 그 자체를 향상시키면서 그것을 쓰는 자를 끌어올려줄 거라 생각합니다. 타깃이라고 할 대상이 막연하여 분석할 수 없다면 자기 자신을 타깃 삼는 것도 좋겠습니다. 내가 뭘 쓰고 싶은지, 어떻게 쓰고 싶은지 자꾸 물어보면서 쓰는 거죠. 펜 가는 대로 쓰지 말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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