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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박은경 May 03. 2024

4층 남자

아파트 1층 입구를 향해 연 갈색 여름 양복을 입은 남자가 걸어가면서 왼 손으로는 가방을 들고 오른손으로는 은실 섞인 푸른 넥타이를 풉니다. 몹시 답답하다는 듯, 몹시 덥다는 듯 풀어낸 넥타이를 손가락 사이에 걸고 셔츠 맨 윗 단추까지 풉니다. 함께 엘리베이터를 탔는데 4층에 내리시는군요. 입구에서 4층까지 오는 것도 참기 힘드셨나 봅니다. 힘든 하루를 보내셨나요.


그런 거죠. 참기 힘든 건 일 분 일 초도 견딜 수 없어요. 사람이 싫은 것도, 기온과 습도 같은 것도, 장소가 싫은 것도 순식간에 가속되는 것 같아요. 빨리 벗어나고 풀어버리고 달아나지 않으면 미칠 지경이 되니까요.


그런데 양복에 넥타이를 매야 하는 직종이 아직도 많은 모양입니다. 그렇게 입지 않으면 예의 바르지 않다고 느끼는 거죠. 아직도 편안하고 시원하게 입고 다니는 걸 봐주지 못하는 문화가 있는 걸까요. 내가 겪었던 포박을 너희도 당해야 한다고 하는 건 아닌지 몰라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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