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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박은경 May 04. 2024

알았다, 오버

엘리베이터 교체 공사 끝나기를 기다려서 겨울 코트 드라이클리닝을 맡겼는데요. 한 벌에 만 원이라고 하시더니 이 만원이라고 하시더니 만오천 원만 내라고 하십니다. 그 사이에 제가 뭘 따진 것도 아닌데 말이죠. 시장 상황을 정신없이 설명하시더니 제가 맡긴 옷은 코트가 아니라 오버라서 2만 원 맞다고요.


 만 원을 내라면 만 원을 내고 이만 원을 내라면 이만 원을 냈을 거예요. 오늘은 누가 뭐라고 하거나 그래요, 그래, 그럽시다, 하고 싶은 심정이었는데 말이죠.

코트와 오버는 뭐가 다른가 뒤늦게 생각해 보니 버버리코트는 코트라고 하고 오버코트는 오버라고 하시는 것 같아요. 아무려나 괜찮습니다. 비싸도 드라이는 해야 하고, 여러 벌이라 무거워서 갖고 나갈 수도 없는데 갖다 주시니 좋고. 앱을 통해 맡길 수도 있었지만 단골 세탁소에 맡기는 게 저로서는 제법 로맨틱한 일이었으니까요. 영업이 잘 안 돼서 저기압이신 것 같았습니다.


2층 통창인 세탁소 가득히 걸린 옷들, 돌아가는 세탁 기계와 약품 냄새와 낡은 재봉틀과 벽에 빼곡한 실패와 뒤쪽으로 숨겨둔 냄비와 커피포트 같은 것들. 그곳에서 아이들 교복도 고치고, 고장 난 지퍼도 고치고. 철마다 드라이 맡기는 게 필수 코스였는데요. 모쪼록 부부의 공동 사업체가 수월히 운영되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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