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 새기다-carve-刻 : 고려대장경
대장경이란 경·율·논 삼장을 일컫는 말입니다. 경이란 부처님의 말씀이고, 율은 부처님의 말씀대로 살기 위해 지켜야 할 규범을 말하고, 논이란 경과 율에 스님이 해석한 설명을 단 것입니다. 우리나라에서는 고려 현종 때 처음으로 대장경을 조판하였고 (초조대장경) 이후 내용을 더 보충해서 속장경을 만들었는데 대구 부인사에 보관 중 몽골군의 침입으로 불에 타 없어졌습니다. 없어진 초조대장경과 속장경을 다시 만들었다고 해서 재조대장경, 고려시대에 완성된 대장경이라고 해서 고려대장경, 판각본이 8만 1,258매라는 데서 팔만대장경이라고도 부릅니다.
팔만대장경은 지리산에서 벌목한 자작나무, 산벚나무 등을 바닷길을 따라 강화도까지 운반하여 3년 동안 바닷물에 담근 후 그늘에서 말렸다가 큰 가마솥에 쪄서 말린 후 옻칠을 하여 판목을 만든답니다. 이렇게 만들어진 판목을 자르고 양쪽 귀에는 뒤틀리지 않게 각목을 붙인 후 네 귀는 구리로 장식하고요. 전국 각지에서 선발된 목수와 서예가와 불교인들이 이 작업을 담당했다고 합니다.
완성된 팔만대장경은 강화도 서문밖에 보관했다가 최우가 세운 선원사로 옮겼다가 다시 해인사로 옮겨집니다. 쌓으면 백두산 보다 높고, 한문을 잘 아는 사람이 매일 읽어도 30년이 걸린다는 대장경이라지요. 트럭으로 옮긴다면 1톤 트럭이 260대나 필요하다고요. 새겨진 불경을 원고지에 옮겨 적으면 200자 원고지 25만 장이 필요하답니다. 상상만 해도 아득해집니다.
강화에는 선원면이라는 행정 구역이 있는데요. 최우가 강화로 도읍을 옮기면서 민심을 수습하기 위해 지은 절이랍니다. 또한 선원면에는 도감이라는 마을이 있는데 이는 팔만대장경 조판을 총괄하는 대장도감이 있었던 데에서 그 이름이 유래했다고 합니다.
몽골로부터 나라를 지키겠다는 일념으로 왕과 신하와 백성들이 피난 시절에 수많은 불전의 구절을 교정하고 수정하면서 글자 하나하나를 경판에 새겨 넣어 팔만대장경을 만든 것 자체가 불가사의한 일로 꼽힙니다. 또한 판각본에서 오탈자를 거의 찾아볼 수 없다는 점도, 추사 김정희가 “인간의 글씨가 아닌 신선이 쓴 글씨”로 칭송할 만큼 글자가 아름답다는 점도 자랑스럽습니다.
1234년 인천 강화도에서 세계 최초 금속활자가 나옵니다. 고금의 예의를 기록한 <상정고금예문>이 그것입니다. 이는 현존하는 최고最古의 금속활자본인 <직지심체요절>보다 앞서 만들어진 것으로 이규보의 『동국이상국집』에 그 편찬 기록이 전해지는데요. <상정고금예문>은 예부터 고려 인종 때 최윤의 등 17명이 왕명으로 고금의 예의를 수집하고 고증하여 50권으로 엮은 전례서라고 합니다. 지금은 전하지 않습니다. 또한 왕족의 수명을 10년 이상 연장시킨 의학 서적 <향약구급방>(1236)과 불교 서적인 <남명천화상송증도가>(1239)도 금속활자로 펴냅니다.
책을 펴내려면 잉크와 종이도 중요합니다. 잉크가 금속활자에 이슬처럼 맺힐 경우 글씨가 번지거나 뭉개질 수 있기 때문이지요. 이러한 금속활자의 단점을 보완한 게 ‘유연묵’과 ‘고려지’라고 합니다. 고려지는 송나라와 원나라에 수출할 정도로 뛰어난 종이였다고 해요.
인천 송도 국제도시 센트럴파크 안에 세워지는 ‘국립세계문자박물관’ 건립 공사가 조만간 첫 삽을 뜬다고 합니다. 우리나라 최초이고 중국 ‘국립문자박물관’과 프랑스 ‘상폴리옹문자박물관’에 이어 세 번째로 건립되는 문자박물관이라고 합니다. 2022년 상반기 개관을 목표로 하고 있답니다. 사진은 그 조감도입니다. 기대가 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