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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박은경 May 06. 2024

음풍농월 불가능

갯벌 가득 구멍이 송송 뚫려 있습니다. 채반 같아요. 여기저기 눈을 내놓고 살피다가 구멍 속으로 사라집니다. 참게들인데요. 덕분에 갯벌이 숨을 쉬고 살아난다지요.


마음에 구멍이 송송 뚫릴 때면 어째서 우리의 삶은 고민거리 걱정거리들로 가득한가 싶습니다. 완벽하게 평온한 하루가 언제 올까 싶지요. 반대로 생각하면 고민 걱정, 그런 크고 작은 구멍들이 삶의 온전성을 인식하게 해 줍니다. 존재 전부를 삼키는 구멍만.아니라면요.


장어와 메기를 함께 넣어 살고자 퍼덕이는 통에 죽지 않고 지치지 않고 살고자 하는 역동성을 얻는다는 얘기도 생각납니다. 하고 싶은 일을 제대로 할 수 있는 시간적 환경적 여유가 없어서 마음이 초조해지다가도 덕분에 토막 시간을 찾아서 챙길 수 있고, 그 시간에 집중하게 되고, 열망을 싱싱하게 관리할 수 있을 것도 같습니다.


음풍농월은 불가능하지만 그게 가능한 사람은 건물주 혹은 현실생활 도피자 혹은 무한긍정주의자 아닐까요. 아이들부터 노인들까지 다들 퍼덕퍼덕, 애쓰는 시대이니 말이지요. 그렇지 않은 때가 없는 것일 수도 있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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