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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박은경 May 06. 2024

화이트노이즈와 식물과 인간

식물인지생태학을 주로 연구하는 모니카 갈리아노는 자극에 몸을 오므리는 미모사에게 잎을 오므리지 않도록 가르칩니다. 특수설계된 장치로 15센티미터 높이에서 낙하시키기를 반복, 미모사는 이렇게 떨어져도 안전하다는 것을 인지한 듯 방어적 행동을 멈추었다지요. 흔드는 방식에는 여전히 잎을 오므리지만 4주 후에도 동일 낙하실험에는 여전히 반응을 안 했다고요. 15센티 낙하는 경계할 일이 아니라고 기억하는 듯했답니다. 또한 고추모종은 주변에 어떤 식물이 있는지에 따라 자라는 속도가 다른데 빛과 향기, 흙으로 전해지는 모든 자극을 차단해도 끊임없이 신호를 주고받더랍니다. 그는 그 신호가 ‘소리’ 일 거라고 결론 내렸고요. 물소리를 녹음해서 완두콩 뿌리를 향해 틀었더니, 물소리가 들리는 쪽으로 더 왕성하게 뿌리가 뻗어나가는데, 물소리 대신 화이트노이즈를 들려줄 때면 성장 속도가 현저히 떨어졌다고요. 식물이 소리를 듣는 건 물론이고 좋아하는 소리와 싫어하는 소리도 있다는 것이지요. (모두가 듣는다, 굉장한 것들의 세계)


주인 발소리를 듣고 자란다, 좋은 음악을 틀어주면 잘 자란다, 사랑의 말을 해주면 잘 자란다는 이야기 많이 듣습니다. 그런데 가장 흥미로운 점은 화이트노이즈에 대한 반응이네요. 화이트노이즈는 인간이 들을 수 있는 모든 주파수대에 걸친 소리를 같은 음량으로 합친 소리의 혼합물이라지요. 당최 무슨 소리를 하는 건지 웅웅대니 답답해서 속이 터지는 것일까요. 알 수 없는 이야기에 불안이 증폭되는 것일까요. 그 상태에서 집중이 잘 되는 것은 인간뿐인가요? 마음의 안정까지 더해준다니 인간이야말로 특이종일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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