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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박은경 May 07. 2024

죽고 못 사는 친구

정수기 코디 분은 말하십니다. 신랑에게는 죽고 못 사는 절친이 있다고요. 신행 때 따라와서 놀 정도라고요. 징글징글하다고요. 말릴 수도 없으니 그냥저냥 적응해서 사는데 술을 너무 좋아해서 검진받아보라 해도 말을 안 들었다고요. 그런데 최근 검진 예약을 스스로 하더래요. 알고 보니 절친이 내시경 두 가지를 함께 받자고 했답니다. 일주일 전부터 서로 통화해 가며 김 먹지 마라, 뭐 먹지 마라, 지도 편달을 해가며 준비했다고요. 결과는 이상 없음. 둘이서 신나서 낚시 가고 등산 가고 술 마시고 한다나요. 부인 말은 죽어도 안 듣는데 친구 말은 자다가도 당근 예스라고요. 외롭지만 편하실 듯도 합니다. 편하지만 외로울 수도 있고요.


<마흔 살, 그 많던 친구들은 어디로 사라졌을까>에서 작가는 중년 남성에게 닥친 우정의 위기에 대해 말합니다. 고교시절의 친구들을 찾아 우정을 회복하기 위한 다양한 시도를 하면서요. '중요한 것은 서로를 위해 참여하는 것. 의향을 보여주는 것’이라고요. 외롭다고 말하는 것은 패배를 선언하는 일이 아니며, 우정을 지켜나가는 것도 덜 중요한 일이 아니라고요. 반면 <마흔에 읽는 쇼펜하우어>의 저자는 말합니다. 자신을 진실로 이해해 주는 타인이란 없을 거라고요. 자기 자신만 스스로를 이해할 수 있다고요.


오래된 친구와 여전히 긴밀하다면 좋지만 그렇지 않다고 해도 괜찮고, 괜찮지 않아도 하는 수 없지요. 돈문제로 멀어지기도 하고, 이상스럽게 화를 내서 멀어지기도 하고, 답을 안 해서 멀어지기도 하고 알 수 없는 이유로 서먹해집니다. 꼭 만나야 하고 통화해야 하고 미주알고주알을 나누었는데 상호 감정의 지렛대가 기울어질 때면 생각할 타이밍 같습니다. 혹시 외로워서 이어지고 싶은 것은 아닐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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