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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박은경 May 08. 2024

받고 또 받고

어버이날을 맞아 큰 식당은 주차장부터 만차입니다. 간신히 주차를 하고 식당으로 들어가도 번호표를 받고 기다려야 해요. 어버이날이니까요. 어버이, 어버이. 식당에서 음식을 만들어주시는 분들도 어머님처럼 보입니다. 저처럼 보이고 제 어머님처럼 보이고요. 급한 아르바이트를 나오신 듯 유니폼과 모자는 색상만 맞춘 개인 물품처럼 보이는 분들도 계셨어요. 그릇을 치우고 식탁을 닦는 업무만 맡으셨습니다. 거대한 이동 웨건에 빈 그릇들이 실려 들어가면 주방에서 그것들을 신속히 정리하고 치우는 분들 또한 어머님들이시고요.


거리로 나옵니다. 오늘은 투명한 초록입니다. 너무 아름다워서 눈물이 날 것 같은 날씨인데 수레 가득 빈 박스를 몰고 가시는 분은 아버님이십니다. 하나라도 더 쌓으려고 중심을 잡는 수레는 이미 가득합니다. 간신히 끌고 어디까지 가야 종착지가 나오나요. 어버이날을 맞아 어버이들께 일일짜리 대접을 해도, 그것 조차 받을 수 없는 어머니 아버지들이 너무 많이 계십니다. 혼자 계시는 아버지, 앓아누워 의식이 없으신 아버지, 요양원에 모신 어머니, 요양원이라는 걸 잊으신 어머니. 연로하고 쇠약해가는 시간을 슬픔 없이 지날 수는 없을까요.      


루미, 루미의 시가 필요합니다. "모든 왕은 자신의 노예의 노예이고, 모든 사람은 자신을 위해 죽을 수 있는 사람을 위해 죽을 수 있습니다. 모든 왕은 자신에게 복종하는 사람 앞에 복종하고, 모든 사람은 자신에게 취한 사람에게 취합니다. 사냥꾼은 새가 자신을 사냥하게 하여 새들을 사냥합니다. 사랑받는 자는 온 영혼을 다해 사랑해 줄 사람을 찾고 모든 사랑하는 자는 사랑받는 자의 먹잇감이 됩니다. 사랑받는 자가 있다면 사랑을 주는 자가 있음을 알아야 합니다. 당신은 사랑받는 사람입니까, 사랑을 주는 사람입니까?”(루미시집)


우리는 태어나 사랑을 받는 사람으로 삽니다. 그렇지 못한 사람도 있지만요. 그렇게 사랑을 받고 또 받다가 어느 시점이 되면 사랑을 주고 또 주는 사람이 됩니다. 아무리 주어도 받은 것보다 더 줄 수는 없는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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