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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박은경 May 14. 2024

사랑스러운 괴물

그 시집도 또 그 시집도 다 읽었는데 내 취향은 아니네. 감동이 오지 않아. 특이점도 없고 영감도 주질 않아. 그런데 다들 자기도 읽고 있다고 하트 릴레이를.. 그게 문제야. 내가 놓친 구석이 있을 거야. 좋아하는 사람들이 많은 시에 대해 분석을 해봐. 더 읽어봐. 이렇게 생각할 수도 있습니다만.


스티븐 프레스필드는 "리서치 다이어트"에 대해 말합니다. 조사하고자 하는 주제에 대해 세 권의 책을 읽는 것까지는 허용되지만 더 이상은 안 된다고요. 무의식이 일하게 하라고요. 리서치는 오히려 저항이 될 수 있다고요. 우리는 일을 하려는 것이지 준비를 하려는 게 아니라고요. 물론 장르가 다르지만 본질은 같습니다. 그러니 정 아닌 건 살짝만 읽고 놓아주는 게 좋을 것 같습니다. 눈치를 보다가는 이도저도 아닌 습작만 남는 것 같아요.


못되게 쓰려면 아주 못되게, 이 인간 사패 같다 할 정도로. 달콤하게 쓰려면 당수치 솟구쳐 오르게 써야 해요. 극단까지 가보아야 첫 발상이 발아하고 착상하고 무럭무럭 자라서 나만의 사랑스러운 괴물이 될 수 있습니다. 그런 걸 낳아야 낳았다, 싶어질 겁니다. 그러니 별로인 책은 그만 덮고 좋아 죽겠는 책을 조금만 읽어요. 더더 저지르는 글이 필요합니다. 원과 한을 풀듯 무의식에 고인 것들을 풀어주려면 셀프 비난과 의심과 절제를 이겨내야 합니다. 이상, 시를 헤매다 쓰는 글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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