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을 열까 말까 눈을 마주칠까 말까 인사를 할까 말까 기웃거리면서 페이지를 넘기고 있다. 실례합니다, 제발 실례하세요. 안녕하세요, 제발 어서 오세요. 과연 읽을 만할까, 재미가 있을까, 이해할 수 있을까. 고민 반 의심 반 그러면서 한 걸음 한 걸음 들어간다. 대문을 지나 정원을 지나 현관문을 열고 신발을 벗고 거실에 앉으면 차가 한 잔 나오고 선풍기나 공기정화기나 벽난로나 뭐 그럴듯한 것이 돌아가고 쾌적하거나 으스스하거나 따뜻하거나 날아오르거나 가라앉거나 하염없이 걸어가거나 뭐든 일어날 수 있는 일이 일어난다. 그러면 동조하면서 방조하면서 그래요, 그래 이야기 속으로 들어선다. 책 한 권을 만날 때마다 이런 과정이, 과연 끝까지 읽을 만한가 하는 판단 또한 반드시 숨어 있기는 한데 그것이 책 때문만은 아니다. 인생의 제한된 시간 속 나를 던지는 일이기에. 작가만 자신의 인생을 거는 게 아니다. 독자 또한 인생의 일부분을 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