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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박은경 May 17. 2024

상호 간에 인생을 건다

문을 열까 말까 눈을 마주칠까 말까 인사를 할까 말까 기웃거리면서 페이지를 넘기고 있다. 실례합니다, 제발 실례하세요. 안녕하세요, 제발 어서 오세요. 과연 읽을 만할까, 재미가 있을까, 이해할 수 있을까. 고민 반 의심 반 그러면서 한 걸음 한 걸음 들어간다. 대문을 지나 정원을 지나 현관문을 열고 신발을 벗고 거실에 앉으면 차가 한 잔 나오고 선풍기나 공기정화기나 벽난로나 뭐 그럴듯한 것이 돌아가고 쾌적하거나 으스스하거나 따뜻하거나 날아오르거나 가라앉거나 하염없이 걸어가거나 뭐든 일어날 수 있는 일이 일어난다. 그러면 동조하면서 방조하면서 그래요, 그래 이야기 속으로 들어선다. 책 한 권을 만날 때마다 이런 과정이, 과연 끝까지 읽을 만한가 하는 판단 또한 반드시 숨어 있기는 한데 그것이 책 때문만은 아니다. 인생의 제한된 시간 속 나를 던지는 일이기에. 작가만 자신의 인생을 거는 게 아니다. 독자 또한 인생의 일부분을 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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