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이 행복했으면 좋겠어, 빠르게 스친 건물 사이 현수막이 말합니다. 카페 외벽에 걸린 듯해요. 당신의 행복을 바라는 마음은 행복에 가깝습니다. 당신이 불행했으면 좋겠다고 말해 봅니다,대번에 화가 스며들고 전의가 피어오르는 것 같습니다. 잊었던 원수가 생각나고 못뱉은 욕설도 떠오릅니다. 잊어버리고 혹은 모르는 채 지나기도 하면서 물에 물탄 듯 사는 게 건강에 이로울 것 같습니다.
그런데 행복은 무엇인가요. 불행은 무엇일까요. 바라는 대로 되는 것도 행복이 아닐 때가 있고, 바라지 않던 식으로 되는 게 행복일 때도 있잖아요. 행복이 행복이 아닐 때, 불행이 불행만도 아닐 때 깊은 우물을 들여다보는 것 같습니다. 거기 누구 있냐고 뭐가 있냐고 외치면 내 음성이 되묻겠지요. 돌덩어리를 던져볼 수도 있겠으나 소용 없는 짓이고요. 행복이 무엇이고 불행이 무엇인지 아는 것도 별 의미는 없겠습니다.
일어나 나와 보니 흰 작약 꽃이 저혼자 사라지고 있었습니다. 예뻐서 그냥 두고 나왔습니다. 돌아가면 꽃잎이 전부 떨어져있을 수도 있겠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