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김박은경 May 21. 2024

당신도 행복했으면

당신이 행복했으면 좋겠어, 빠르게 스친 건물 사이 현수막이 말합니다. 카페 외벽에 걸린 듯해요. 당신의 행복을 바라는 마음은 행복에 가깝습니다. 당신이 불행했으면 좋겠다고 말해 봅니다,대번에 화가 스며들고 전의가 피어오르는 것 같습니다. 잊었던 원수가 생각나고 못뱉은 욕설도 떠오릅니다. 잊어버리고 혹은 모르는 채 지나기도 하면서 물에 물탄 듯 사는 게 건강에 이로울 것 같습니다.


그런데 행복은 무엇인가요. 불행은 무엇일까요. 바라는 대로 되는 것도 행복이 아닐 때가 있고, 바라지 않던 식으로 되는 게 행복일 때도 있잖아요. 행복이 행복이 아닐 때, 불행이 불행만도 아닐 때 깊은 우물을 들여다보는 것 같습니다. 거기 누구 있냐고 뭐가 있냐고 외치면 내 음성이 되묻겠지요. 돌덩어리를 던져볼 수도 있겠으나 소용 없는 짓이고요. 행복이 무엇이고 불행이 무엇인지 아는 것도 별 의미는 없겠습니다.


일어나 나와 보니 흰 작약 꽃이 저혼자 사라지고  있었습니다. 예뻐서 그냥 두고 나왔습니다. 돌아가면 꽃잎이 전부 떨어져있을 수도 있겠어요.






매거진의 이전글 작약 일대기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