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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박은경 Jun 03. 2024

결국에는 약한 이들이 이깁니까

황석영 <철도원 삼대> 속 신금이는 말합니다. “그때는 지는 것처럼 보여도 결국 약한 이들이 이기게 되어 있다”고요. 정말 그럴까요. 이에 대해 작가는 “이긴다기보다 변화하는 거죠. 그 변화는 우리가 예상했던 것과 달라요. 그래도 어쨌든 나선형으로 가요. 어떤 때는 뒷걸음질 치는 것 같기도 하고, 어떤 때는 옛날하고 똑같이 가는 것처럼 보여도 두 걸음 뒤로 갔다 세 걸음 앞으로 가다 보면 변화하겠죠.”라고 첨언합니다. (200630 채널예스)     


‘약한 이들이 이기게 되는’ 서사는 상대적인 기대와 용기를 줍니다. 지는 것처럼 보이는 순간마다 이기게 될 거라는 희망을 줍니다. 여기서 변화라면, 약한 이들에게도 강한 이들에게도 동일하게 일어나는 과정일 것 같습니다. 그리고, 약한 이들과 강한 이들이라는 도식적 구도는 사실일까 궁금합니다. 강하다는 것은 무엇일까요. 어떤 힘, 부, 명예, 능력을 가진 상태일까요. 그 상태 또한 영원하진 않을 겁니다. 때로 약하고 강하면서 살아가니까요.


모든 존재는 각자가 ‘나선형’으로 가는데 그것이 너무 광활하여 헤매기도 하고, 나선에 발이 걸려 넘어지기도 하고, 나선이 끊어져 허공으로 날아가기도 하고 어지러운 비행은 강약의 경계를 허물고 모든 삶에 존재하는 내재율 같은 것이 아닐까요. 외국어를 배우는 듯이 나선형으로 조금씩 나아가는 삶, 굽이치는 나선들이 거대한 물결처럼 휘도는 날들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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