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냥 보기엔 멀쩡하던 외벽인데 보수작업을 해둔 걸 보니 온통 상처입니다. 상처는 작정하고 살피지 않으면 모르는 채 지나칠 수도 있겠어요. 실금 몇 개로 건물이 무너지진 않겠지만 누적된다면 상처들이 전존재를 삼킬 수도 있을 것 같아요. 가까이에서 마음을 다해 유심히 살펴야만 상처를 알아볼 수 있습니다. 상처를 알아야 낫도록 돕겠지요. 모르고 지나는 게 나은 상처들도 있겠지만요. 공연히 못되게 굴고 거칠게 구는 행동들이 실은 아프다는 고백일 수도 있고요. 용기 내어 스스로를 드러내고, 도움을 받아야 하는 때도 있습니다. 그런데 약점을, 취약점을, 상처를 간신히 드러내면 기다렸다는 듯이 파고들고 물고 놓지 않는 타인들도 있습니다. 여기저기 퍼 나르기 시작하지요. 다친 곳을 다시 다치면 더 아픈 것과 동시에 화가 납니다. 그래서 투구벌레처럼 표정도 없이 사는 겁니다.